[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여전히 똑같은 것 같아요.”

삼성 라이온즈가 불안한 뒷문을 보강하고자 내년 시즌을 앞두고 ‘특급’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했다. KBO리그에서만 통산 400세이브를 올린 ‘끝판왕’ 오승환도 팀에 잔류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밖에도 키움에서 사이드암 불펜 양현이 2차 드래프트로 삼성에 왔다. 선발투수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지난 4일 ‘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만난 투수 원태인(23·삼성)은 불펜진 영입에 반색하면서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원태인은 “올해 우리팀이 어려웠을 때, 외부에선 내가 팀 불펜 사정상 긴 이닝을 소화하는 거라고 하더라. 그냥 내가 이닝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김)재윤이 형이 삼성에 와 줘서 든든한 것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똑같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책임져주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불펜진이 보강됐다 해서, 내가 1이닝을 덜 던지고 그런 상황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재윤이 형이 옴으로써 과감하게 끊고 가야할 때는 또 그렇게 갈 수 있지 않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까지, 원태인의 올 시즌은 참 길었다. 그는 “1년이 참 길었다. 그만큼 많이 경험했고, 많이 배웠다. 이룬 게 많은 한해였다”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하며 병역혜택도 받았다. 한 번 나가기도 어려운 국제대회를 연이어 3번이나 치렀고 또 그 사이에 KBO리그에선 풀타임으로 뛰었으니 지칠만도 했다. 원태인은 “진짜 많이 지쳤다. 정말 쉬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힘들었지만 내색할 수 없지 않나. 일단 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휴식과 회복에 중점을 두고 푹 쉬고 있다. 그래도 조금씩 운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부터는 트레이닝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WBC에 뽑힌 투수들(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일찌감치 향해 몸을 만든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구에서 개인 훈련을 위주로 운동할 예정이다. 원태인은 “안 그래도 정민태 코치님이 전화 오셨는데, 올해 많이 던졌으니 절대 무리하지 말자 하셨다. 캐치볼 들어가는 시기를 내가 잘 계획해가서 코치님과 상의해봐야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26경기 선발 등판해 7승(7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며 3연속시즌 10승을 올릴 기회를 놓친 원태인은 “올해 10승을 놓친 게 많이 아쉽다. 꼭 다시 10승 이상을 올리겠다. 내년에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더 많이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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