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년간 고생한 선수, 구단 관계자 덕분이다. 내년에도 더 발전된 화성이 되기를 바란다.”

7일 서울 교보생명 빌딩에서 열린 ‘2023 K3.K4리그 어워즈’에서 K3리그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은 강철 화성FC 감독은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도 마냥 웃지 못했다. 2020년 통합 K3리그로 리그가 개편된 이후 화성에 첫 우승 훈장을 안겼지만 내년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다. 영예의 수상 소감이 이별 인사로 들렸다.

세미프로인 K3에서 화성은 비교적 높은 예산을 바탕으로 김포FC, 천안시티FC처럼 프로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강 감독은 지난 2022년 화성 지휘봉을 잡았다. 화성은 예산을 고려하면서 프로로 전환해도 팀을 경쟁력 있게 이끌 풍부한 경험을 지닌 지도자를 바랐다. 강 감독은 적임자였다.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과거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옌볜 푸더(중국), 대전하나시티즌 등을 거치면서 주요 대업을 이뤘을 때 강 감독은 수석코치로 보좌했다. 특히 황 감독이 지도자로 일궈낸 업적 뒤엔 강 감독의 탁월한 수비 전술 수립 등이 한몫했다. 장기간 프로팀 수석코치를 맡으면서 팀 운영 노하우 등도 쌓았다.

보란듯이 강 감독은 부임 전 12위에 머물렀던 화성의 수비 조직력부터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6위로 끌어올리더니 2년 차인 올해 K3 최다인 17경기 무패 기록과 더불어 17승9무2패(승점 60)의 압도적인 결과를 내며 우승까지 골인했다. 리그 28경기에서 42골을 넣고 단 21실점을 기록, 완벽에 가까운 공수 밸런스를 뽐냈다.

그런데 화성은 올 시즌 우승에도 차기 시즌 감독 공개 모집에 나섰다. 강 감독은 11월 계약이 끝났다. 내년을 대비한 선수 영입 테스트 등 주요 선수단 구성 작업에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축구계에서는 지난 7월 이기원 신임 대표이사가 부임한 뒤 ‘새 판 짜기’ 과정에서 강 감독이 밀려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시도민구단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인사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난 이쪽을 잘 모른다. (화성 구단) 사무국에서 그렇게 한 이유를 보니 재단법인은 계약 만료가 되면 다시 공개 채용을 띄우더라. 그리고 (강 감독이 다시 지원했을 때) 선임하든 안 하든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며 “그 사람(강 감독)이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최근까지 프로 구단 감독 대행직까지 수행한 A지도자가 화성에 부임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A지도자 화성 감독 공개 모집에 응한 걸로 알려졌다. 그리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이사 B씨는 지난 6일 이사회 직후 본지와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A지도자가 이사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맞다”고 밝혔다.

화성의 이러한 행보에 팬은 물론 선수단 내에서 우려 목소리가 있다. 흠잡을 것없는 성적을 낸 강 감독과 헤어지려는 이유를 두고 구단의 공식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올 시즌 강 감독을 따르며 우승에 이바지한 주력 요원 대다수도 예기치 않은 수장 퇴진 얘기에 크게 당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