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이 논란이다.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가입자 상당수가 고령 가입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적합성 원칙’을 따지며 은행들에 강경히 대응을 예고했다. 주력 판매사 은행권은 배상 우려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금감원 “초고위험 상품을 고령자한테 판매한 자체가 ‘부적합’”

금융권이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홍콩H지수와 연계된 금융상품이다. 해당 ELS에 담겨있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도 상승하는 구조지만, 반대로 가입 시점보다 만기 시점에 주가가 하락했다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15조 8860억 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으며, 여기서 약 8조3000억원이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한다.

그러나 중국 경기 악화로 지수가 점점 급락했다. 현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손실 투자자 규모가 역대급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제는 가입한 고령자들 대부분은 가입할 당시 상품 구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은행의 권유만 믿고 가입했다는데 있다.

ELS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주가 폭락 시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런 위험한 상품을 고령자에게 권유하는 것 자체가 불완전 판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이 원장은 ELS 판매와 관련해 은행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LS라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투자 전문가도 아닌 고령자들에게 추천하고, 특히 특정 시기에 은행 창구에서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고령층에게 복잡한 ELS 상품 판매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적합성 원칙’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 투자자들 또한 “원금 손실 우려도 모른 채 은행원 설명만 믿고 가입했다”, “소비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어야 했다”, “고령자들이 여유자금이 있는 것을 알고 실적 때문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지난 3일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경우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내년 초부터 H지수 ELS 만기 도래 및 손실 확정이 본격화될 경우 신속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다.

◇ 은행권 “재투자로 이득 본 고객들도 많은데”…이제 와서 손해?

은행권은 파생상품 판매 시 자필 서명, 녹취 등의 단계 후 가입했기에 적합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기에 불완전판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가입자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배상기준 등을 검토 중이지만 재구매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높은 배상은 불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ELS를 비롯 파생상품 투자 경험 여부가 있을 시 불완전판매 피해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또한 수익이 나면 투자자 몫이고, 손실이 나면 판매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업계는 대부분은 가입자들이 그동안 투자로 이익 봤던 재투자자이며, 하락세가 되자 지금 와서 손해를 주장하는 것은 불완전판매 피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5일 전승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이슈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까지도 부동산펀드와 사모펀드 같은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된 일련의 사안에 대해 손실 배상 조치가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ELS 이슈 또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ELS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상품 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측면에서 과거 DLF 사태에 비해 실제 배상 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에 대해 홍콩 H지수 연계 ELS 판매와 관련한 현장 조사를 6일까지 진행했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국민은행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에 대해 “8조원 규모를 국민은행에서 판매한 건데 파생 총량 규제 한도가 가장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판매 규모가 이보다 작은) 증권사는 아예 한도가 없다”며 “수십 개 증권사를 다 합친 것보다 큰 규모를 한 은행에서 팔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증시가 올해 25% 폭락하고, 세계 주요 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ELS에 연계된 저축 상품에 가입한만큼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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