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혀 꼬이고 비틀거리고”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되고 있는 음주 콘텐츠를 보면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최근 한 연예인은 음주 콘텐츠에 출연해 “술을 한잔도 못 먹지만 주도를(酒道) 배워 보고 싶다”며 술을 먹고 만취 상태가 된 모습을 보였다.
술기운에 MC들과 웃고 떠들고 결국 술에 취해 버리는 모습이 담긴 해당 영상은 조회수 100만회 이상을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연예인이 얼큰하게 취해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재밌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방송계는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자 술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최근 유튜브 채널은 ‘차쥐뿔’, ‘성시경의 먹을텐데’, ‘짠한형’, ‘인생84’ 등과 같은 음주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주 콘텐츠 뭐가 문제길래
드라마나 예능 등 대중매체에서 술 권하는 장면이 성인의 음주를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 속 음주 장면에 자주 노출될수록 성인의 긍정적 음주 기대(음주가 대인관계, 스트레스 해소 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 정도)와 음주 동기가 증가해 관련 문제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등 미디어의 음주 장면 노출이 많아질수록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술방’ 영상에 청소년의 우상인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하지만 음주 장면을 심의하거나 견제할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에는 음주·흡연 장면을 지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건 보건복지부의 음주 방송 기준에는 음주 장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적시하고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

◆오은영 박사, 유쾌함 뒤에 숨겨진 심각한 문제 다룬다.
지난 달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오은영 리포트 - 알콜 지옥’은 유쾌한 술자리 뒤 문제점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점점 판이 커지는 음주 콘텐츠 속에서 오은영 박사는 ‘알콜 지옥’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인 알코올 중독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 이 프로그램은 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나친 음주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방송 속 오은영 박사는 “술은 좋아하느냐 아니냐, 마실 수 있느냐 안 마시냐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에서는 일정 부분 제한되었던 음주 콘텐츠가 유튜브와 케이블로 옮겨오면서 더욱 자유롭게 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주 소개나 음주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프로그램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송의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음주를 권장하는 방송의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방송사들은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의 부정적인 영향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 대중들에게 음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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