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뭐야? 현대 동문회야?”

시끌벅적했다. KBO리그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11월 30일. 10개구단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언론사가 주최하는 야구 시상식 중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이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언론사 시상식 스타트를 끊은만큼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를 필두로 각 구단 사장, 단장, 감독 등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29년 만의 통합우승 감격을 누린 LG처럼, 이날 시상식에도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점이다. 특히 감독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자리 배치가 예술”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새로운 왕조 건설을 선언한 LG 염경엽 감독, 두산 시절 감독-수석코치로 합을 맞추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넘겨준 KT 이강철 감독, 김 감독에게 첫 한국시리즈 패배를 안긴 KIA를 이끄는 김종국 감독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김태형 감독은 “대가 센 감독들과 한자리에 있으니 승부욕이 타오른다”며 특유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젊은 감독들이 모인 다른 테이블은 ‘현대 유니콘스 동문회’로 열렸다. 한화 최원호 삼성 박진만 키움 홍원기 감독에 초보 사령탑으로 시상식장에 처음 참석한 SSG 이숭용 감독이 합류했다. 이들을 본 KIA 심재학 단장은 “현대 동문회”라며 주최측의 센스(?)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수상자 그룹의 신·구 조화도 돋보였다. 올해의 아마추어로 선정된 김택연(인천고)은 “선배님들과 한자리에 있으니 진짜 프로가 된 것 같다.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인왕’ 문동주와 팬투표로 선정된 ‘우리들의 슈퍼스타’ 문현빈, ‘올해의 선수’ 영예를 차지한 노시환(이상 한화) 등 젊은 선수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김택연은 “프로 지명 후 처음 받는 상인데다 같이 오는 친구들이 없어서 너무 떨렸다. 나도 (이제는) 똑같은 프로 선수이므로 아마추어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내년에는 프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또 상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젊은 수상자’들 옆에는 베테랑들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올해의 타자’로 우뚝선 NC 손아섭은 올해 재기에 성공한 KIA 최형우를 보자마자 부상 후유증을 걱정했다. 최형우는 “아직 세 개가 더 붙어야 한다.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면서도 “가볍게 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형우는 “재기상을 받고보니 최근에 부진했구나 싶더라(웃음). 열심히 하다보면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잘될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도 그렇고, 여러 후배도 자신을 믿고 후회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노력하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KBO리그 최초의 4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은 “시상식에 모처럼 오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한번 더 인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으로서는 좋은 기록을 세웠지만, 팀으로는 너무 아쉬운 한해다. 팬들께 죄송하다. 400세이브를 달성하는 동안 등 뒤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준 야수들 덕분에 기록을 세웠다. 나이, 몸상태, 성적 등 하락세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기는 팀이 될 수 있도록, 팬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종신 라이온즈 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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