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뇌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찌꺼기를 배출한다. 이 찌꺼기는 잠을 자는 사이 뇌를 순환하는 물(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사이로 들어가 씻어내는 데 이를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 한다. 쉽게 말해 뇌 청소시스템인 셈이다.
뇌척수액이 씻겨낸 노폐물은 정맥과 이를 둘러싼 교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 다시 정맥 뇌 밖으로 빠져나가 목에서 림프계와 합류한다. 또 노폐물을 함유한 림프액은 정맥으로 들어가 혈액을 타고 간에 도달해 노폐물이 분해되고 재활용된다
글림프 시스템이 원활해야 숙면을 할 수 있고 치매나 파킨슨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특히 ‘깊은 잠’을 자는 비(非)렘수면 단계가 깊고 길수록 뇌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하는 청소작업이 원활해진다. 수면의 질은 나이가 들수록 나빠진다. 젊었을 때는 비렘수면이 깊고 길게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을 자기 어렵고 깊은 잠에 빠져도 금세 풀리게 된다.
노인이 되면 숙면하지 못해 뇌척수액의 흐름도 원활치 못하게 되고 이로인해 뇌에는 노폐물이 계속 쌓이게 된다. 이런 수면장애는 치매 같은 노인 퇴행성 신경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정교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파킨슨병은 뇌 흑질의 도파민계 신경 파괴로 도파민이 결핍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 심층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뇌와 말초신경 여러 부위에 알파시누클레인이 침착돼 생긴 루이소체(Lewybody·비정상적인 단백질 접합체)가 있다. 따라서 글림프 청소기능이 저하돼 알파시누클레인이 몸에 축적되면 그만큼 파킨슨병이 생기기 쉽다
루게릭병도 신경세포에 ‘퍼스’(FUS), ‘TDP-43’ 등 비정상적 단백질 응집체가 과다하게 축적되면서 운동기능 퇴행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 루게릭병 전체를 설명할 수 없으나 원활치 못한 글림프 기능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녹내장과 난청, 건망증, 정신집중 곤란, 우울증, 판단력 흐려짐 등도 글림프의 작동 불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부터 림프부종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한 필자는 림프배액시술, 지방흡입술, 줄기세포치료 등을 결합한 미세림프복합수술로 상당한 치료 효과의 개선을 이뤘지만, 림프부종으로 생긴 과도한 림프액을 수술로 배출하려는 시도는 소양강댐 물을 조그만 하수구로 빼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절감했다.
한편 그런 연구 과정에서 전기자극치료와 온열요법, 의료용 스타킹 및 저강도 압박붕대, 림프해독요법 등을 통해 림프부종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음을 터득했다. 나아가 림프부종 치료과정에서 정립한 ‘뇌 디톡스’(해독기법)로 글림프 기능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치매, 파킨슨병, 렘수면행동장애(수면 중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함), 루게릭병 등을 예방 또는 개선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림프 슬러지(찌꺼기)가 뇌에 축적되면 만성 염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절연 작용이 발생해 세포 간 전기 소통도 방해한다. 글림프 시스템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림프 슬러지를 배출해주면 뇌세포가 건강해지면서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릴 위험도 줄어들게 된다.
필자는 림프슬러지를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고전압, 미세전류 방식의 ‘엘큐어리젠요법’을 개발해 임상에 응용하고 있다. 전기에너지가 음전하가 부족한 병든 세포에 공급되면 세포가 건강해지면서 병이 회복되는 원리다
최신 전기자극치료, 온열요법(좌훈, 원적외선), 기능성식품(파이토케미컬), 디톡스 식단 및 생활요법 실천 등으로 뇌 디톡스에 나서면 이런 퇴행성 신경질환에서 멀어질 수 있다. 아울러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군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글림프 시스템을 돕기 위해서는 전기자극치료가 상당히 유효하다.
오메가3 지방산이나 은행엽추출물 등도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물실험 결과 아주 소량의 알코올은 글림프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적량을 초과하면 글림프 기능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기적인 신체활동은 글림프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와 함께 간헐적 금식, 림프 마사지, 깊은 호흡(복식호흡), 카이로프랙틱, 침치료 등이 글림프 시스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잠을 잘 때는 바로 눕거나, 엎어져 자는 것보다 모로 누워 자는 것이 글림프 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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