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지난 2017년 방송된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은 새로운 형식의 K-히어로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순’은 몽골 출신으로 괴력을 지닌 여주인공 강남순(이유미 분)이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 26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마약 밀매 조직의 수장인 류시오(변우석 분)를 처치하는 과정과 더불어 편안함을 찾은 금주 그룹 사람들의 행복한 결말이 담겼다.

‘강남순’은 판타지에 가까운 괴력과 권력, 재력을 바탕으로 뿌리 깊게 숨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그려냈다. 한국 사회가 가진 여러 편견과 선입견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면서도, 일상으로 침범한 마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메시지와 현실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앞서 ‘힘쎈여자 도봉순’을 비롯, tvN ‘마인’에서 보기 드문 여성연대를 선보인 백미경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성 히어로를 내세웠다.

강남순과 함께 금주그룹을 일군 황금주(김정은 분)와 그의 어머니 길중간(김해숙 분)이 서로 힘을 연대했다. 힘을 쓸 때마다 서로의 가슴에서 감응하는 ‘동기반응’을 매개체로 세 가족이 절대악과 맞서 싸우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희열을 안겼다.

◇마약→외국인 편견→황금만능주의까지, 강남순이 들춰낸 한국 사회 부조리

키 160cm도 안 되는 20대 여성이 조금만 힘을 써도 무거운 자동차나 장정을 날리는 ‘강남순’의 설정은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 서사도 가볍고 유쾌하다.

하지만 가벼운 외피를 들춰내면 결코 가볍지 않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짚었다. 특히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마약유통과정을 촘촘하게 그렸다. 타인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류시오는 치사량을 조금만 넘어도 목숨의 위협이 되는 마약을 만들었다.

해독제가 있음에도 그걸 또 다른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는 등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 따졌다. 류시오를 통해 인간의 사악한 본성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최근 배우 유아인과 작곡가 돈스파이크를 비롯해 연예계 마약사건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시의적절한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약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진 맹점도 은은하게 펼쳐놨다.

특히 초반 잃어버린 엄마 황금주를 찾기 위해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강남순이 한국 사회가 가진 편견 속 위기를 겪는 모습을 통해 갈수록 다문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포착했다. 몽골에서 와 한국어가 서툴고 어리숙한 남순은 사기를 당해 집에서 쫓겨났고, 겨우 한강 둔치에서 자리 잡아 살아가지만 이내 사람들의 성화로 인해 겨우 일군 집에서도 쫓겨났다.

아울러 황금주의 돈을 노린 사람들이 강남순을 암살하려고 하는 모습 역시 인간의 악함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사회가 가진 상처와 맞닿아 있었다.

◇3대 모녀가 선보인 여성의 멋! 20대 젊음 이유미→40대 로코퀸 김정은→60대 노년로맨스 김해숙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박보영 분)은 자신의 힘을 부끄러워했다. 점차 성장을 겪으면서 자신이 가진 힘을 악한 존재들을 향해 발산했다.

반대로 ‘강남순’에선 자신들이 가진 괴력을 마음껏 드러내며 마약 범죄와 맞서는 세 모녀의 활약에 방점을 찍었다. 괴력을 바탕으로 부를 쌓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얻는 보상은 문제가 없다는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이후 어린 나이부터 노년의 히어로까지 등장시키며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세 여배우가 있다. ‘오징어게임’의 지영을 벗고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밝은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선보인 이유미, 2000년대 로코퀸에서 40대 중견 로코퀸으로 거듭난 김정은, 대한민국 대표 엄마에서 노년로맨스를 그린 김해숙의 조화가 눈부셨다. 세 여배우는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나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여성의 멋을 한껏 끌어냈다.

전작을 통해 여성 연대를 앞세운 백미경 작가의 판타지가 ‘강남순’에서도 멋있게 통한 셈이다. 마약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진 맹점을 적절한 수위로 비판했고, 뿌리 깊게 박힌 남성 중심의 한국 문화도 유쾌한 드라마의 화법으로 그려냈다.

‘강남순’의 마지막 회에서는 괴력 가문의 유일한 돌연변이 장충동이 등장했다. 여성 연대를 그려왔던 백미경 작가가 다음 시리즈에서는 남녀 간의 화합을 메시지로 던질지도 모를 일이다.

백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연출진의 세심한 연출,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가 담긴 ‘강남순’은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10.42%(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기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대미를 장식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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