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손흥민(토트넘)vs우레이(상하이 하이강).

‘등번호 7’이 새겨진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단 한.중 축구의 아이콘이 조국의 자존심을 걸고 정면충돌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과 중국이 자부하는 유럽파 출신 골잡이 우레이는 2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킥오프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격돌한다.

이 경기는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향하는 2차 예선 조별리그의 선두 지형을 그리는 동아시아 국가 간의 대결이다. 한국은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1차전에서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를 5-0으로 완파했다. 중국은 같은 날 태국 원정에서 2-1 역전승했다. 양 팀이 1승씩 챙긴 가운데 조 선두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한국으로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타이틀이 걸린 공식전의 첫 원정 경기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축구는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 동아시아 경쟁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 정책에도 쇠퇴기를 걸으면서 아시아 변방 수준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중국 안방 경기’는 늘 변수가 따른다. ‘소림 축구’로 불리는 중국만의 거친 태클과 현지 만원 관중의 쩌렁대는 응원은 한국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강호도 부담을 느끼게 한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7년 3월23일. 한국 축구엔 ‘창사 참사’로 기억되는 날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6차전에서 중국 창사로 원정을 떠났다가 0-1 충격패했다. 당시에도 중국의 거센 압박과 밀집 방어, 요란한 장내 분위기에 휘말리다가 공격수 위다바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졌다.

창사 참사를 누구보다 쓰라린 마음으로 지켜본 건 손흥민이다. 그는 당시 경고 누적으로 중국 원정에 뛸 수 없었다. 선후배가 중국전 패배로 대중의 질타를 받은 가운데 누구보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로부터 6년 8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대표팀 리더인 그는 중국전 승리 선봉에 선다. 이제까지 A매치에서 중국을 상대한 건 두 차례. 그가 뛴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을 모두 잡았다. 2016년 9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 3-2로, 2019년 1월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2-0으로 각각 한국이 승리할 때 뛰었다. U-17 국가대표 시절인 지난 2008년 국제청소년축구대회 때도 중국과 겨룬 적이 있는데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 중국전에서는 전승이다.

중국전을 앞둔 손흥민은 “상대가 거칠게 하면서 우리를 화나게 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게 전술이 될 수 있다”면서 “휘말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하면 된다. 중국이라고 두려워할 게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중국에서 경계 대상 1순위이자 한 방을 조심해야 할 골잡이는 우레이다. 그는 지난 태국전에서도 전반 동점골을 넣으며 역전승의 디딤돌을 놨다. 손흥민이 A매치 115경기(39골)를 뛰었는데, 그 역시 88경기(32골)를 소화하며 풍부한 경험을 지녔다.

특히 우레이는 국내 축구 팬도 대다수 알 정도로 중국에서 손꼽히는 빅리그 출신이다. 지난 2018년 겨울 상하이 하이강에서 스페인 라 리가 에스파뇰로 이적해 2022년 여름 상하이로 복귀할 때까지 4년여 유럽을 누볐다. 라 리가에서만 72경기 8골을 넣었다. 2부 리그와 코파 델레이(국왕컵), 유로파리그 등 유럽 무대 공식전 통산 기록으로는 126경기 16골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280경기 11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그의 상징성이 크다. 상하이로 복귀해서는 단연 으뜸이다. 지난해 정규리그 12경기에서 11골, 올 시즌엔 30경기에서 18골을 터뜨렸다. 다만 이제까지 일본이나 호주 등 다른 아시아 강호를 상대로 A매치 득점을 기록했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없다. 그가 한국을 상대로 뛴 A매치는 4경기인데 중국이 1승1무2패를 기록했다.

우레이는 한국전을 앞두고 일단 자세를 낮췄다. 그는 자국 매체 ‘시나스포츠’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 강호이며 세계적으로 좋은 팀이다. 우리는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베테랑 수비수 장린펑(상하이 하이강)을 중심으로 파이브백 형태를 하다가 역습 또는 세트피스에서 득점 기회를 노린다. 한국이 자랑하는 화력을 우선 철저하게 봉쇄하는 전략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 팀 승부가 ‘스코어러’의 한 방 싸움으로 흐를 수 있다. 손흥민과 우레이의 발끝에 더 시선이 가는 이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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