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 2000년대 초반 방영됐던 추억의 ‘꽃을든남자’ 화장품 CF에서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등장해 서로의 피부를 견제하며 ‘컬러 로션’을 광고했다.

기초 화장품 라인 위주로 판매했던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컬러 로션’의 등장은 센세이션과 같았다. 꽃을든남자를 1997년 론칭한 소망화장품은 국내 남성 소비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후 기존 여성 소비자 중심으로 전개되던 뷰티업계는 남성 라인을 확대했다.

2010년대 이후로 비비크림이 유행하자 남성용 비비크림도 출시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비비크림을 바르는 남성을 보며 ‘별나다’, ‘낯설다’라는 시선이 다수 존재했지만 이제 ‘화장하는 남자’는 더 이상 특이해 보이지 않는다.

여성만이 ‘자기관리’를 누리던 때가 아니다. 외모 관리도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뷰티 상품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제 매일 아침 비비크림·선크림을 바르고, 아이브로우로 눈썹을 그리며, 립밤을 바르고 출근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보편적이다. 이에 남성 화장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주목받고 있다.

◇ MZ세대 남성 중심으로 다시 떠오르는 ‘맨즈라인’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회원 가입자 기준 첫 구매 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21년에 비해 1.5배 증가한 30% 였다.

신규고객 3명 중 1명 가까이가 남성이었던 셈이다. 남성 고객이 구입하는 상품 카테고리 역시 기존 스킨케어, 면도 관련 용품 중심에서 톤업 선크림, 컬러 립밤, 헤어 트리트먼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CJ올리브영 측은 설명했다.

특히 MZ세대 남성일수록 직접 제품을 비교하고 구입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뷰티 제품 구매 시 본인이 직접 선택해 구매하는 비중은 75.8%였고 연평균 6번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대 남성은 올리브영에서 올리브영 입점·신생 브랜드를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채널에서의 대표 브랜드는 후, 헤라 옴므, 비오템 옴므, 오디세이가 주요 브랜드였으며, 올리브영 채널에서는 아이디얼포멘, 비레디, 우르오스, 닥터지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된 올리브영 맨즈라인 상품 중 남성 회원이 매장에서 직접 구매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며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20·30대 남성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이면 깔끔한 피부 표현과 향기, 헤어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MZ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한 데는 남성 뷰티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장 영향이 크다. 남성 뷰티 유튜버로는 레오제이, 화니, 스완, 후니언 등이 있다.

이들은 MZ세대 남성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기초 피부 관리, 트러블 클렌징, 기본 메이크업 과정 등을 보여주고 있다. MZ세대 남성 소비자들에게 피부 관리 과정을 보여주며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로까지 이어지게 해 잠재적 고객을 생성했다. 결국 시장 트렌드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남성 뷰티 시장을 대폭 확대했다.

◇ 점점 커지는 남성 뷰티 시장…“이제 눈썹 관리 정도는 필수”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 1100억원 수준으로 2020년 이후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남성 향수와 헤어케어 부문이 각각 지난해 대비 6.3%, 2.3% 성장하는 등 스페셜 케어 부문이 성장세를 보인다.

오픈서베이 분석에 따르면 만 20~49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남성 전체의 72%가 기초 화장품으로 피부 관리를 한다고 응답했다.

정기적으로 눈썹 관리(눈썹 칼 제모, 문신 등)를 하는 응답자는 40%, 피부과 등 전문 시설을 이용하는 비중은 16.3%를 차지하는 등 외모 관리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대게 1인당 평균 5가지 정도의 피부 관련 고민을 갖고 있으며, 주로 피부 트러블이나 블랙헤드, 건조함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뷰티 기업들도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대 남성들을 타깃으로 남성 전문 메이크업 브랜드 비레디를 선보였다. 이후 신규 모델 발탁과 리뉴얼된 디자인 등을 선보이며, 2022년 11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의 성장을 기록했다.

남성 MZ 고객들의 주요 구매 채널인 ‘무신사’에서 11월 매출 기준 ‘남성 뷰티 브랜드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비레디는 지난 2019년 론칭 이후 연평균 68%로 성장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2월 간편한 남성 제품 라인 ‘더페이스샵 스피프코드’(SPIFFCODES)를 출시했다.

SSG닷컴은 뷰티 전문관 ‘먼데이문’을 운영하며 남성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인다.

SSG닷컴 측은 “지난 9월 남성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5% 늘었다”며 “특히 카테고리별로는 ‘로션·에멀전·크림’이 101%, ‘에센스·세럼’이 83%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남성 전용 메이크업’ 상품 매출도 81%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2023년 유로모니터 Men’s Grooming 기준의 국내 남성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4%로 올해 남성 예상 매출의 증가율은 3.9%로 나타났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초화장은 기본이고 프라이머, 베이스 메이크업을 넘어 아이라인, 마스카라까지 하는 남성들도 더러 있다”라며 “화장하는 남자 비율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성형시술도 많이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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