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19일)에서 NC가 두산을 14-9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로 향한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격려를 보내고 싶다.

◇투수교체는 어렵다

양팀 경기를 돌아보면 우선 양쪽 포수의 리드가 달랐다. 단기전에서 베테랑과 신인의 볼배합 차이가 나타났다. NC 김형준은 선발 태너의 슬라이더를 고수했다. 두산 타자들이 그 구종에 대한 생각을 하고 들어왔고 방망이를 댔지만 변화구 리드를 유지했다.

반면 두산 양의지는 곽빈의 좋은 공을 잘 활용했다. 빠른 공이 정교하진 않았으나 타자의 배트 스피드를 이겨내자 속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였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체인지업도 먹히며 3회까진 완벽투에 가까웠다.

승부는 4회 홈런으로 갈렸다. 곽빈의 볼갯수가 많아지며 만루가 채워졌고 NC 서호철의 역전 그랜드슬램이 폭발했다. 그리고 김형준의 백투백 홈런까지.

두산 이승엽 감독은 신임 사령탑으로 올해 144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한 경기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야구 감독으로 투수교체가 얼마나 힘든지를.

벤치에서도 고민했을 것이다. 곽빈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루에서 교체타이밍을 놓쳤다. 물론 망설였을거다. 그러나 그 미련이 NC의 홈런으로 연결됐고 백투백홈런까지 터졌다.

올해 두산은 하위권 예상을 이겨내고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마지막 경기는 이승엽 감독에게 큰 공부였으며, 많은 교훈이 뒤따를 게 틀림없다.

NC 강인권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아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펼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양의지, 노진혁 등 주축이 이탈하며 팀이 하위권 후보로 떨어졌지만, 꼴찌후보를 가을 무대로 이끌었다. 외유내강의 뚝심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묻어났다.

◇ 승부처는 8회 3루 도루

1차전으로 끝난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부는 첫 만루홈런의 주인공인 서호철(6타점) 등 NC 타자들의 집중력에서 갈렸지만, 난타전 속 승부처는 8회 박민우의 도루였다. NC가 8-6으로 2점 앞선 1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투수 홍건희는 마틴과 상대했다. 그런데 1B 1S에서 2루주자 박민우에게 3루 도루를 허용했다.

투수가 타자와의 카운트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2루 주자에게 3루를 빼앗기며 실점의 단초를 제공했다. 마틴의 2루 땅볼때 박민우가 홈을 밟으며 전광판에 9-6이 찍혔다. 마틴 타구는 2루수 정면이었는데 2루가 비어 있었기에 1루 주자의 스타트도 빨랐다.

박민우의 도루 센스가 좋았지만 홍건희는 눈 견제라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실점으로 두산은 무너졌다. 전의를 상실했다. 경기후반 2점과 3점 차이의 중압감은 매우 다르다. 결국 NC는 이후 김주원의 2타점 적시타와 김형준의 3점 홈런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의 젊은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며, 큰 경기의 강점을 계속 보인다면, 올해 포스트시즌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힘을 증명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준PO에서 기다리고 있는 SSG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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