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첫발을 내디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47억 아시아인의 축제는 e스포츠를 통해 더 빛났고 기쁨과 감동이 배가 됐다. 스포츠의 한축으로써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른 셈. 그러나 e스포츠는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다음은 ‘올림픽’이다.

특히, 한국 e스포츠대표팀은 대회 4개의 세부 종목에 출전해 전 종목 메달을 수확하며 명실상부 e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다. 최종 성적은 금2·은1·동1로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중국은 자신들이 강세인 종목을 중심으로 총 7개의 세부종목을 꾸렸음에도 금4·동1을 기록했다. 힘겹게 종합 1위는 챙겼지만 깔끔하진 않다. 온갖 텃세와 꼼수로 한국을 견제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첫 아시안게임을 기쁨과 환희 벅찬 감동으로 아름답게 빛내준 e스포츠의 성과를 되돌아봤다.

◇‘LoL 대표팀의 中함대 침몰’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로 손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한국은 강력한 라이벌 ‘中함대’를 침몰시키며 대회 초대 금메달을 땄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 인기 스타로 등극한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에서 대만을 제압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리고 이상혁의 한마디가 ‘e스포츠는 게임’이라는 세상의 편견에 큰 울림을 줬다. 이상혁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다”고 강조했다.

◇44살 김관우의 ‘스트리트파이터’ 인생 스토리

대회 e스포츠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은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의 김관우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터져 나온 금덩이였다. 1979년생, 올해 44세의 e스포츠대표팀 맏형 김관우는 어렸을 적 부모님께 혼이 나면서도 오락실에서 즐겼던 ‘스트리트파이터’로 아시아 최정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한 우물만을 고집하며 묵묵히 걸어온 그의 인생스토리는 ‘스트리트파이터’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16시간 이상 연습강행군→성장+성장→값진 은메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AG버전)’은 애초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의 강세가 점쳐졌던 종목이다.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웠단 얘기다. 그런데 우리 태극전사들은 은메달을 획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주어진 기간 한 달. 서로 다른 팀에서 모인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하루 16시간씩 연습 강행군을 버티며 성장을 거듭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선수들이 흘린 땀이 본 대회에서 은메달로 보상받은 셈이다. 이들의 성장일기는 ‘金’보다 값진 ‘銀’의 가치를 보여줬다.

◇韓 e스포츠 첫 메달리스트 ‘FC 온라인’ 곽준혁

한국 e스포츠에 첫 메달을 안겨준 것은 ‘FC 온라인’의 곽준혁이다. 곽준혁은 예선부터 거침없이 질주하며 ‘승자전 결승진출전’에 닿았다. 그러나 아쉬운 역전패로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내려간 패자부활전에서도 태국에 발목 잡히며 ‘동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곽준혁은 “동메달을 딴 것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이란 큰 무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FC 온라인’에 많은 성원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우리 e스포츠 태극전사들은 경기장 배정 및 운영, 현지 응원단 등 모든 것이 중국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궈냈다. 종합스포츠대회에서 e스포츠의 가치도 충분히 보여줬다. 다음 시선은 올림픽으로 향한다. 때마침 이달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실무진들이 방문할 예정이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을 향한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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