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 4개 세부 종목에 대표팀을 파견한 대한민국이 전 종목 메달을 수확하며 e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다. 최종성적은 ‘금2·은1·동1’로 대회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중국의 갖은 텃세와 꼼수 속에서도 일궈낸 값진 쾌거다.

한국은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AG버전)’ 종목 결승전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 대표팀은 e스포츠 마지막 종목에서 값진 은메달로 마무리하며 ‘전 종목 메달 수확’을 완성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한국은 총 7개의 메달이 걸린 e스포츠 종목 중 4개 종목에서 전부 메달을 캐냈다. 경기장 배정 및 운영 등 중국이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판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애초 한국은 e스포츠에서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세웠지만 이를 넘어선 셈.

한국 e스포츠에 첫 메달을 안겨준 것은 ‘FC 온라인’의 곽준혁(23·KT 롤스터)이다. 곽준혁은 예선부터 거침없이 질주하며 ‘승자전 결승진출전’에 닿았다. 그러나 아쉬운 역전패로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내려간 패자부활전에서도 태국 대표에 발목 잡히며 ‘동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또 한 명의 태극전사 박기영(18·울트라 세종)은 마지막까지 선전하며 첫 아시안게임 4위를 기록했다.

곽준혁은 “동메달을 딴 것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아시안게임이란 큰 무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대형 현수막 설치 등 열심히 응원해준 소속팀 KT와 최고의 연습환경, 음식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e스포츠협회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FC 온라인’에 많은 성원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 종목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한국이 기다렸던 첫 금메달이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깜짝 ‘금빛질주’가 펼쳐진 것. 1979년생, 올해 44세의 e스포츠대표팀 맏형 김관우가 그 주인공이다. 김관우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승승장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e스포츠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 김관우는 “사실 국가대표가 무엇인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항저우에 오기 전에 힘들게 훈련했다. 오래 해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또 성장하게 됐다”며 “좋은 모습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로 손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한국은 강력한 라이벌 ‘中함대’를 침몰시키며 대회 초대 금메달을 땄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 인기 스타로 등극한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에서 대만에 완승하며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이상혁은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에 대해 “스포츠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라며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라고 밝혀 큰 울림을 줬다.

여기에 마지막 배틀그라운드 모바일(AG버전) 선수단의 값진 은메달이 더해지며 e스포츠 한국대표팀은 첫 정식종목이 된 아시안게임 일정을 모두 끝내고 ‘금의환향’하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이번 대회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e스포츠는 이미 2026년 나고야 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첫 대회에선 4개 종목에 그쳤지만 나고야 대회에는 더 많은 종목에서 메달 수확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e스포츠 종목 다양화를 위한 생태계 확장과 학교 스포츠로서의 제도적 지원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실천이 필요한 때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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