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리그 최하위(10위) ‘꼴찌’ 키움 히어로즈에 한 줄기 희망이 반짝이고 있다. 바로 육성선수 출신 외야수 박수종(24)이다.
올 시즌 키움은 그 누구보다 암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키움은 일찌감치 ‘리빌딩’을 선언하고 시즌 중후반부터 여러 선수를 1군 경기에 올려 시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키움은 선발투수 최원태를 LG트윈스로 보내고 받아온 외야수 이주형 이외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시즌이 15경기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의외의 수확을 발견했다. 바로 지난해 육성선수로 팀에 입단한 박수종이다.
충암고-경성대를 졸업한 박수종은 프로 지명에 실패한 선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육성선수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지난 29일 KIA전을 앞두고 만난 키움 홍원기 감독은 박수종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내심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홍 감독은 “2군에서 박수종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공격·수비·주루 모두 다 좋다는 평가가 있었다. 후반기가 되어서야 대수비 요원으로 불러올렸다. 이때 발도 빠르고 수비에서의 타구 판단이 좋더라”고 말했다.
박수종은 지난해 2군에서만 뛰며 63경기, 타율 0.278(158타수 4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53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44경기 출장해 타율 0.238(122타수 29안타) 1홈런, OPS 0.635를 올렸다.
박수종은 지난 7월11일 1군에 처음으로 올라와 다음날인 12일 KT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9회말 주성원의 대주자로 첫 1군 경기장을 밟은 것이다. 그러나 7월21일 말소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타석에 서지 못했다.

박수종이 다시 1군에 올라온 건 지난 9월1일이다. 이때부터 대수비·대주자로 출장 기회를 서서히 늘린 그는 1군 무대 8경기 만에 첫 타석을 소화했다. 9월9일 한화전에서 박수종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지난 9월21일 NC전에서 8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로 맹활약한다. 첫 선발 출장에서 프로 데뷔 안타까지 생산했다. 22일 한화전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첫 타점을 올림과 동시에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28일 SSG전에선 5타수 무안타로 잠잠했지만, 29일 KIA전에선 5타수 4안타 1볼넷으로 5출루를 성공시키는 만점 활약을 했다. 이날 비록 팀의 5-13 대패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우중간 3루타를 때려내며 생애 첫 3루타도 생산했다. 박수종은 10월1일 KT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7경기 출장해 1일 기준, 타율이 0.440(25타수 11안타) 2타점, OPS 1.005다. 홍원기 감독은 “박수종은 내가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본인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장점을 잘 어필했기에 출전 기회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최근 선발 출장하며 자신의 타격 재능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수종은 육성선수 신화를 쓴 ‘제2의 서건창(34·LG)’을 꿈꾼다. 그의 등번호 역시 서건창의 등번호 14번과 같다.
육성선수 신화로 불리는 서건창은 2008년 신고 선수로 LG에 입단했지만 1경기 만에 방출됐고, 2012년 신고 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서건창은 그 뒤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며 2012년 신인왕, 2014년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 3회 수상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우뚝 섰다.
홍원기 감독은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박수종의 맹활약에 내심 기뻐하면서도 “마무리 훈련을 통해 여러 선수의 기량을 점검할 시간이 또 온다. 많은 선수 중 기회를 잡아내는 선수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는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제2의 박수종이 많이 나오길 기대했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