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우승만 할 수 있으면 지금 고생하는 것은 괜찮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듬직한 구세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안게임으로 마무리투수 공백과 마주한 가운데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호투로 계속 팀을 구원한다. 리그 최다 출장 투수로서 한계와 직면할 만하지만 불사조처럼 늘 마운드에 선다. LG 베테랑 우투수 김진성(38)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비결을 전했다.

김진성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더블헤더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차전 8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황재균과 알포드를 나란히 범타 처리하며 팀이 4-0을 승리하는 다리를 만들었다. 2차전에서는 8회초 1사 만루에서 등판했고 알포드를 삼진, 장성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또 위기를 극복했다.

더블헤더 2경기에서 2홀드를 올린 김진성이다. 김진성이 팀을 구원한 LG는 2차전도 3-0으로 무실점 승리하면서 80승 선착에 성공했다. 더불어 1위 확정 매직넘버를 6으로 만들었다. 하루 만에 매직넘버 3을 줄이는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다음은 경기 후 김진성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오늘 하루에 알포드를 두 번 상대했다. 더블헤더 두 경기에 다 나오면서 같은 타자를 두 번 상대한 적이 있나?

모르겠다. 알포드와 두 번 만난 것은 맞는데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알포드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고 주자가 깔린 위기 상황이었는데 극복했다.

그냥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일단 (박)동원이가 리드가 좋으니까 동원이 리드를 따랐다. 예상한대로 볼배합이 정말 좋았다. 물론 투수가 또 정확하게 던지는 것도 중요한데 동원이 리드대로 하니까 타자가 반응을 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알포드를 하이 패스트볼로 잡았다. 2차전에서 던진 마지막 공은 포크볼 삼진이었다. 하이 패스트볼과 포크볼이 조화를 이루면서 타자를 잡는다. 하이 패스트볼을 잘 던지는 비결이 있나?

사실 나는 하이볼을 던지고 싶어서 던지는 게 아니다. 그냥 공 자체가 높다. 타점이 높아서 자연스럽게 높게 공이 제구되는데 이 부분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그래서 피홈런도 많기는 한데 그래도 늘 혼을 실어 던지려고 한다. 오늘도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1차전보다 2차전이 더 힘든 상황이었다. 1사 만루였는데 어떻게 다짐하며 마운드에 올랐나?

이전이랑 비슷했다. 이번에도 (박)명근이가 막아주기를 바랐다. 속으로 제발 좀 막으라고 했는데 안 됐다. 그래서 올라갔는데 올라가는 만큼 또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도 내 점수를 막아준 적이 많다. 나도 후배들 점수를 막아준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열심히 던졌다.

-이제 매직넘버 6이 됐다. 점점 고지가 다가오고 있다.

정규시즌 LG가 우승하면 나름 뜻깊은 일이 되는 것 같다. 이전에 말한 것처럼 방출 됐을 때도 ‘할 수 있다’고 다짐한 내 소신이 입증이 되는 것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되는 일이니까 뜻깊을 것 같다. 만일 우승하는 순간과 마주하면 막 울 것도 같다.

-NC에서 방출됐던 2021년 겨울 직접 9구단에 전화를 돌렸다고 들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당시 정말 간절했다. 간절했던 덕분에 이렇게 LG라는 좋은 환경에서 또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LG에서 좋은 지도자분들 만나서 더 좋아지는 계기도 됐다. LG에 감사드린다. 물론 이전 NC에서 함께한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만 38세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꿈만 같은 일인데 비결이 있나?

그만큼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하면 언젠가는 결과로 나온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이 부분이다. 조금 해서 결과가 안 나온다고 그만두지 말고 계속 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온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면 노력의 결과는 꼭 나온다고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도 경쟁력이 있는 이유도 노력에서 나왔다고 믿는다.

-선배로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야구 선수고 운동 선수니까 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운동 선수 선배라면 솔선수범하는 게 맞다. 그래서 늘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더블헤더 2경기 호투는 초인적인 모습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어디서 이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나.

우승 하나만 바라보면서 나오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좀 불안하다. 그래도 우승 하나만 보고 있다. LG 팬분들, 우리 LG 선수단 모두가 우승 하나만 보고 있지 않나. 나도 우승만 보고 견디고 있다. 우승만 할 수 있으면 지금 고생하는 것은 괜찮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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