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중국의 꼼수에 한국대표팀은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아무리 자기네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젠 대놓고 눈에 빤히 보이는 견제와 텃세를 부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에 관한 얘기다.

LoL 한국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된 장소가 문제였다. 한국은 보조경기장에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렀고, 같은 시간 중국은 주경기장에서 마카오와 대결을 펼쳤다.

한국이 치른 보조경기장은 주경기장 지하 1층에 마련됐는데, 세미나실 같은 공간에 PC와 책상을 마련해 놓은 수준으로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다. 관중도 없고 취재진도 경기를 볼 수 없다. 반면, 중국이 경기를 치른 주경기장은 국제대회에 맞춘 최고의 시설을 갖췄다. 쾌적한 온·습도는 물론 보조경기장의 지하와 달리 환기도 잘 되는 곳이다.

왜 경기장이 달랐을까. 더군다나 LoL은 한국과 중국이 금메달 경쟁을 펼치는 종목이다. 그런데 같은 날 열린 8강전이 한국은 보조경기장, 중국은 주경기장이다. LoL 경기 후 다른 e스포츠 경기 일정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다. 이날 경기는 오전 9시(현지시간)에 시작했는데, 다음 종목인 ‘스트리트파이터5’ 경기는 오후 2시 시작이다. LoL 8강전은 3판2선승제로 3세트까지 치른다 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기 시간을 조정해 8강 1·2경기로 진행했다면 태극전사들도 주경기장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국가대표 사령탑인 김정균 감독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감독은 “제일 큰 걱정은 오늘 중국은 주경기장에서 경기를 한 반면, 우리는 보조경기장에서 경기를 했다. 적응을 해보고, 안하고의 차이가 너무 커서 이게 제일 걱정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시간 조정을 하지 않은 데는 중국의 철저한 계산이 깔려있어 보인다. 28일 오전 9시 열리는 준결승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만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국대표팀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어찌됐건 자신들은 주경기장에서 해봤고, 우리 대표팀은 처음이다.

이것도 텃세라면 텃세다. 대놓고 한국에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꼼수다. 게다가 중국 선수들은 8강전이 끝난 후 연습을 핑계로 인터뷰까지 거절했다는 후문.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있다. 꼼수를 쓰면 그 꼼수로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 두자. 내일 항저우AG e스포츠 LoL 종목 초대 금메달의 향방을 가릴 중국과의 준결승에 집중하면 된다. 중국에 승리하면 한국의 금메달은 유력하다. 불리한 입지 속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에 매진 중인 한국대표팀이 중국을 부수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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