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는 류현진(36·토론토)의 투구를 보고 ‘와’하고 감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나이스 볼’을 외칠 만한 공을 던진다. 시즌 다섯 번째 투구도 그랬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4개(2홈런)를 내주고 3실점(2자책)으로 승리를 따냈다. 투구 수는 70개에 불과했고, 49개를 스트라이크로 만들었다. 최고구속은 시속 146㎞에 그쳤지만 104㎞까지 구속을 낮춘 커브와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활용해 선발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25.

지난해 6월19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지 1년 2개월여가 지났지만 류현진의 제구는 오히려 더 정교해졌다. 그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제구를 회복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건강을 회복한 게 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재활과정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대변하는 말이다.

류현진은 “건강회복이 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완벽한 제구가 부러울 따름이다. KBO리그 투수들의 경기 운용 능력을 떠올리면 류현진의 제구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류현진과 ‘왼손 에이스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김광현(SSG) 양현종(KIA·이상 35)의 널뛰기 투구는 KBO리그의 수준을 대변하는 듯해 씁쓸하다. 김광현은 시즌 21경기에서 116.2이닝을 던지며 7승6패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 중인데, 후반기들어 2승밖에 따내지 못했다.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경기 초반 빅이닝을 허용하는 등 견고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역대 선발 최다승 타이(163승)기록을 작성한 양현종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광주 한화전에서 승리했는데, 후반기 첫 승이다. 구위저하로 열흘간 재충전하고 돌아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게 다행일 정도로 올해 컨디션이 안좋았다. 양현종은 20경기에서 6승7패 평균자책점 4.31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류현진이나 ‘광현종’ 모두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는 나이가 됐다. 심지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한 차례씩 받았다. 그런데도 제구와 경기운영 능력은 광현종을 압도한다. KBO리그에서 함께 뛸 때는 비교군에 속했던 ‘광현종’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원인은 한 가지다. 류현진의 투구는 대부분 타자 무릎 높이에 형성된다. 각 큰 커브를 추가한 뒤 낮은 속구, 낮은 코스로 날아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배가 됐다. 타자 몸쪽(우타자 기준)을 파고드는 컷패스트볼, 타자 눈높이로 던지는 하이 패스트볼 역시 의도를 담아 던진다. 제구가 안되거나, 손에서 빠져 높게 날아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광현종’의 투구를 지켜보면 벨트선 위로 날아드는 공이 많다. 변화구 각은 밋밋하고, 속구 타이밍에 걸린다. 김광현의 슬라이더, 양현종의 체인지업은 배트와 만나지 않거나 타이밍이 빨라야하는데, 올해 둘의 결정구는 히팅 포인트에서 걸릴 때가 많다. 아주 당연한 얘기이지만 ‘바깥쪽 낮은 속구’를 공 반개까지 조절할 수 있어야 에이스로 불릴 만하다.

광현종과 류현진의 가장 큰 차이다. 따지고보면 KBO리그에 바깥쪽 낮은 속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투수는 사실상 없다. 투수력은 리그 수준의 바로미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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