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브룸스틱(Broom stick). J.K 롤링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본 팬이라면 주인공인 해리 포터가 타고 날아다니는 빗자루를 떠올린다.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해 브룸스틱을 타고 비행하는 법을 배운 뒤 퀴디치 최고의 수색꾼으로 등극한다.

마법세계 퀴디치 구장이 아닌 현실의 필드에서도 브룸스틱을 얻어 날아오른 인물이 있다. 한·중 탁구 스타의 아들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후보로 부상한 안병훈(32·CJ대한통운)이 그 주인공이다. 브룸스틱은 긴 빗자루를 뜻한다. 브룸스틱 퍼터를 쓸 때는 왼손으로 그립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 빗자루를 쓸듯이 퍼트를 하면 된다.

안병훈은 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있는 세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7131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원덤 챔피언십(총상금 760만달러)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는데,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미국의 러셀 헨리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베테랑 루커스 글로버가 20언더파 260타로 우승했다. 안병훈이 보기 2개를 범하지 않았더라면, 멋진 연장 승부가 펼쳐졌을 성적이다.

이날 준우승으로 2016년 5월 취리히 클래식, 2018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7월 RBC 캐나다오픈에 이어 자신의 네 번째 준우승을 따냈다. 178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우승을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만 세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기량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대회 준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을 37위로 끌어올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그는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공동 2위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며 “만족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한주였다. 좋은 성적과 감을 플레이오프에서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있다는 의미다.

안병훈이 성적에 자신감을 가진 것은 약점으로 꼽히던 그린플레이를 보완한 덕이다. 특히 퍼팅 자신감이 향상됐는데,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때 들고나온 브룸스틱이 안병훈의 그린 플레이를 확 바꿔 놓았다.

스코티시 오픈에서 첫날 9언더파 기염을 토한 안병훈은 공동 3위에 올라 예정에 없던 디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준비없이 출전한 디오픈에서도 4라운드를 다 치렀고, 공동 23위로 선전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안병훈은 “플레이오프까지 2~3주가량 남았는데 올해는 꼭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오늘 같은 감이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6월 중순부터 브룸스틱을 장착한 안병훈은 “아담 스콧이나 (김)시우와 얘기를 나누면서 브룸스틱의 장단점을 물어봤다. 퍼팅 코치와도 얘기를 나눴는데, 보기에도 좋고 느낌도 좋다. 계속 쓰다보니 롱 퍼트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들은 김주형이 14위, 김시우 18위, 임성재 32위, 안병훈 3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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