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황혜정기자] “시즌 중에도 기회가 된다면 배트를 잡고 스윙을 돌리겠다.”

투수인데 우익수로 나서 플라이 아웃을 잡아냈고, 타석에도 서 리그 최강 마무리를 상대로 적시타까지 터트렸다. 경기 내내 춤을 추며 흥을 돋구었고,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행사에 앞서 군복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시즌 16승(2021년)을 올렸던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4·삼성)이 ‘2023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신스틸러가 됐다.

올스타전 직후 취재진과 만난 뷰캐넌은 “미스터 올스타(MVP)는 (만루홈런을 친) 한화 채은성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최대한 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 했다. 좋은 수비도 했고, 멋진 안타도 쳤으니 만족한다”며 웃었다.

베스트 퍼포먼스상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뷰캐넌은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생각을 하고 참가하진 않았다. 팬들과 최대한 많이 소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에 괜찮다. 또 첫 안타를 친 것에 대한 기념구까지 받았기에 좋은 추억 가지고 간다”고 했다.

뷰캐넌은 9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지난해 구원투수상을 수상한 KBO리그 ‘최강 마무리’ 고우석(LG). 뷰캐넌은 고우석과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시속 150㎞ 속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뷰캐넌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고우석이 자기 실력을 백프로(100%) 발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 좋게 안타가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뷰캐넌이 영화 ‘탑건’에 등장한 공군 조종사 복장을 입은 건 우연의 일치라고 한다. 이날 올스타전에서 6·25전쟁 종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 해군 의장대가 그라운드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행사가 열리자 군복을 입은 뷰캐넌이 미리 알고 군복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뷰캐넌은 “몰랐다. 들은 바가 없었다. 그저 ‘야구의 신’께서 운 좋게 내가 이런 뜻깊은 행사에 알맞은 복장으로 참가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뷰캐넌이 적시타를 뽑아내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도 언급됐다. 뷰캐넌은 “오타니와 이름이 함께 거론돼 영광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시즌 중에도 배트를 잡고 스윙을 돌려보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뷰캐넌은 지난 2020년 KBO리그에 와 4시즌 동안 삼성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통산 49승(26패)을 올린 삼성의 에이스 투수다. 그가 과연 시즌 중에 타자로 나설 수 있을까. 뷰캐넌의 올스타전 대활약에 팬들이 행복해진 밤이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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