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끌게 된 김학균(52) 감독. 그는 금 색깔을 배경으로 한 명함을 파서 가지고 다닌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한동성 코치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들도 그렇게 하도록 권유했다. 폼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럼 왜?

“한국 배드민턴이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의 이용대-이효정(혼합복식) 이후 10년 훨씬 넘게 2020 도쿄올림픽까지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 했잖아요. 그래서 2024 파리올림픽 때 금메달을 기어코 획득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한국 셔틀콕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각오로 그렇게 한 겁니다.”

김학균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 여자단식의 안세영(21·삼성생명)이 올해 전영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숱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랭킹 2위로까지 도약했다.

또한 여자복식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조합이 탄생했다. 바로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 짝이다.

이들은 호흡을 맞춘 지 불과 8개월 만인 지난 6월 세계랭킹 2위로 수직상승했다. 특히 지난 6월16일 열린 2023 인도네시아오픈(BWF 슈퍼 1000 시리즈) 8강전에서는 세계 1위인 중국의 첸칭천-지아이판을 2-0(21-18, 21-12)으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이들은 결승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히로타 사야카(세계 10위)를 2-0(22-20, 20-1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번 3번째 우승이었다.

이소희의 오랜 파트너는 애초 동갑내기 신승찬(인천국제공항)이었으나, 김학균 감독 체제 아래서 체력과 지구력이 좋은 백하나로 바뀌었다. 이들은 오는 9월 열리는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 꼽힐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김 감독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사령탑 취임 이후 국제대회에서 몇 개의 금메달을 땄느냐는 질문에 “세어 보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BWF 월드투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결승에 오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 김학균 감독이 대표팀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한때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손완호(35)를 비롯해, 남자복식의 베테랑 고성현(36), 김기정(33), 김사랑(34), 여자복식의 엄혜원(32) 등 전 국가대표 5명을 진천선수촌으로 불러들여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과의 합동훈련을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김 감독의 이런 요청에 대한체육회가 전 국가대표들의 일당(1인 5만원)과 숙소(게스트 하우스)를 공식 제공하기로 했고, 이들은 지난 9일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10일부터 합동훈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남자복식의 신백철(34)도 가세할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제외됐다.

이번 합동훈련에는 셔틀콕 레전드 나경민 교수가 지도하는 한국체대 소속 선수 9명도 힘을 보탰다.

김학균 감독은 “한국 배드민턴에서는 전·현 국가대표의 이런 합동훈련이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최근 유럽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대회 때도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이 현장에서 자신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해줬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1차 훈련을 포함해 앞으로 파리올림픽까지 총 4차례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또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국가대표를 특별히 관리해주는 선수관리사(마사지)도 1명(여성) 채용했다고 귀띔했다.

취임 이후 ‘금메달 제조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학균 감독의 실험은 신선하고 매우 효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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