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순직한 전투기 조종사가 AI 딥페이크 기술로 복원돼 그리운 어머니를 찾았다.

5일 유튜브 채널 ‘국방 NEWS’에는 ‘[풀버전] “보고 싶었어요” 순직 조종사 故 박인철 소령 AI로 부활... 엄마는 오열했다’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16년 전 순직한 조종사 故 박인철(공사 52기) 소령과 그의 어머니 이준신 씨다.

故 박인철 소령은 공군사관학교를 거쳐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2007년 7월 서해안 상공에서 KF-16 요격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특히 故 박인철 소령은 지난 1984년 F-4E를 몰고 팀스피릿 훈련에 참여했다가 순직한 故 박명렬 소령의 아들임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는 “가족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인철이 결혼하면 가족사진을 많이 찍자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이 씨는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잘 안 보이더라. 특히 딸 결혼식 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오빠를 아빠같이 생각했다. 그런 생각하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스튜디오에는 공군 17전투비행단 특별접근보안통제처장으로 근무 중인 이두원 중령과 공군본부 기참부 전략기획과에서 근무 중인 김상훈 중령이 함께 했다. 이들은 故 박인철 소령의 공군사관학교 동기들로, 삼총사라 불릴 만큼 막역했던 사이라고.

김 중령은 “생각보다 인철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저희가 이야기를 안 하면 다른 사람들이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추억을 자주 하면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잘 지내고 있을 거니까”라고 전했다.

이 중령도 “동기들한테 이야기했더니 ‘우리는 40대인데 인철이는 평생 20대겠네’라고 하더라. 이따가 볼텐데 동기처럼 느껴질까”라며 웃었다.

곧이어 어머니 이 씨가 현장에 도착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났다. 부활한 박인철 소령이 전한 첫마디는 “보고 싶었어요 엄마”였다. 이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 소령은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도 만났어요. 그동안 못한 이야기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엄마랑 연지 걱정 많이 하세요”라고 말했다.

또한 “엄마가 해주신 김치볶음밥 생각이 많이 나요. 저 BOQ 있을 때 끼니 안 챙겨 먹을까봐 통에 담아주시면 혼자서도 자주 해서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씨가 “후회되는 게 있다면 그때 너 비행하지 못하게 할 걸”이라고 하자, 박 소령은 “엄마 말씀을 따르지 못한 건 죄송해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 소원은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거예요. 어머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동기들에게도 안부를 물으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어머니 잘 부탁할게”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인철이가 살아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너무 빨리 엄마 곁을 떠나서 아쉽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멋진 청년, 훌륭한 군인이었다’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故 박명렬-박인철 소령 부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됐으며,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는 전투기와 한 몸으로 표현된 ‘기인동체’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국방부가 AI를 활용해 순직 장병의 모습을 복원한 건 처음이다. 국방부는 “임무 중 전사하거나 순직한 장병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에 예우를 표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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