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기 종료까지 45경기가 남았지만, 전체 일정으로 보면 3일 현재 364경기를 치렀다. 시즌 364경기 만에 400만 관중이 들어찬 건 2017년 341경기에 이은 역대 네 번째 최단기간 기록이다. KBO리그를 향한 팬심이 뜨겁다는 의미다.

올해 KBO리그는 볼거리가 풍성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졸전으로 리그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오히려 팬들이 더 큰 지지로 선수들을 독려한다. 빅마켓 구단의 선전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마다 ‘우승적기’를 외치던 LG는 2위 SSG에 1.5경기 앞선 단독 선두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꺼운 선수층을 기반으로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끈질긴 면모를 과시 중이다.

덕분에 LG는 10개구단 중 가장 많은 70만 관중을 돌파(70만3294명)해 인기구단의 면모를 한껏 과시하고 있다. ‘디펜딩챔피언’ SSG도 54만5076명으로 인천 야구의 꽃을 피우는 중이고 폭염에도 4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가 47만3982명으로 뒤를 잇고있다. 최하위 삼성은 43만5151명이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팀 승리가 여전히 팬을 불러모으는 절대가치이지만, 비단 승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삼성 팬이 증명하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올해 흥행을 부채질한다. 순위표가 꽤 촘촘하다. 특히 3위 NC부터 9위 KIA까지 4.5경기차에 불과하다. 연승 연패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차이다. 중위권 싸움이 혼전으로 전개되면 팬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한 경기 승패에 순위가 바뀌니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도 있다.

약체 예상을 뒤집고 중위권 혼전에 가담한 NC 롯데 한화와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동력을 잃고 주춤한 키움 KT가 얽히고설켜 있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한 뒤 최원호 감독을 중심으로 혹독한 훈련으로 반등을 일궈냈다. 한화 선수들은 특별타격훈련을 필두로 수비, 투구 등 모든 분야에서 훈련을 통해 약점 보완에 나섰다. 체력 고갈로 페이스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도약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숨어있던 한화팬을 양지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5월까지 3강 체제를 유지하던 롯데는 감독-코치 불화설 등 갈등 속에서도 빠르게 팀을 안정시키는 모습이다. 최준용을 필두로 부상자들이 속속 복귀 절차를 밟고 있어, 올스타 휴식기 이후 완전체로 승수 쌓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분위기가 한 번 침체하면 회복하지 못했던 과거와 작별하는 듯한 스탠스여서 롯데 팬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집단 부진과 타선 침체 장기화에도 승률 5할 언저리를 지키는 두산도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버티기 그 이상에 도전 중이다. 이미 KT가 부상 악몽에서 벗어나 선발진 안정을 동력삼아 반등했으니 두산도 희망을 걸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순위싸움은 8월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9월부터 순위 결정전 형식의 막판 레이스가 펼쳐친다는 의미다. 한화처럼 훈련으로 극복하거나, 두산과 KT처럼 인내로 기다리는 게 각 팀 수장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다. 강제와 자율로 대표되는 딜레마의 끝은 가을잔치행 티켓 획득 여부다. 티켓 쟁탈전이 장기화할수록 KBO리그 흥행은 점멸하지 않는 파란불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