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KBL센터=이웅희기자] “낭만농구를 기대해주세요!”

오세근(36)과 프로에서 12년 만에 다시 뭉친 SK 김선형(35)이 기분 좋은 외침이다.

SK는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오세근과 지난달 18일 계약 기간 3년에 보수 총액 7억 5000만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KGC인삼공사 통합우승의 주역이자, KGC인삼공사 역사를 10년 넘게 함께 해온 오세근의 이적은 충격이었지만,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김선형은 만세를 불렀다.

8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오세근-김선형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김선형은 “속으로는 (오)세근이 형이 오기를 굉장히 원했다. FA로서 선택은 선수에 민감한 부분이라 겉으로 표현은 잘 안했지만, 세근이 형이 사인을 계속 안하더라. 사인 전에 전화는 한번 했던 거 같다. 형이 사인하기 전까지 계속 마음 졸이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라며 웃었다. 오세근도 “(김)선형이와 어렸을 때 추억들,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함께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김선형이 오세근을 기다린 이유는 분명하다. 둘은 중앙대 4학년 시절 52연승이라는 대기록을 함께 썼다. 김선형은 “ 52경기를 하며 한 번도 안 졌다. 마음 먹으면 먹은대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오세근은 “선형이랑 같이 하면서 늘 재미있었던 거 같다. 운동이 너무 힘들었지만 같이 이겨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둘은 프로에서 갈라 서야 했다. 2011년 KBL 드래프트에서 오세근이 전체 1순위, 김선형이 2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가운데 10년 넘게 적으로 뛰어왔다. 2022~202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서로를 넘어서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오세근은 “1차전부터 선형이가 미웠다. 말도 안 되는 개똥슛(플로터)이 다 들어가는 바람에 기분이 개똥같았다”고 웃으며 “선형이를 막으려고 많은 방법을 연구하고 경기 때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7차전에 맹활약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해서 지금은 별로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세근이 형이 항상 중요한 순간에 득점하고, 리바운드 하고, 3점슛 넣고, 어시스트했다. 좋은 선수라 생각해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더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더 이상 서로를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승리라는 공통분모 아래 대학 시절처럼 다시 즐겁게 뛰게 된다. 김선형은 “세근이 형은 나한테 동반자다. 농구로서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다. 이산가족 같은 느낌도 있다. 끈끈했던 가족이 서로 잘 살다가 다시 만나 더 잘 사는 느낌도 있다. 우리 만의 스토리가 있어 낭만이 있는 거 같다”면서 “12년 만에 뭉친 만큼 이번 시즌 팬분들과 함께 낭만농구가 뭔지 보여드리겠다. 챔프전에서 세근이 형은 우승했지만 난 반지를 못 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이 반지를 껴보도록 하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든 팀을 떠나 SK 유니폼을 입게 된 오세근도 “선형이는 동생이지만 나한테 존경받을 만한 선수다. 어린 나이가 아닌데도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누구한테 지지 않으려고 스스로에 채찍질 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라며 “12년 동안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아플 때나 항상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KGC인삼공사 팬분들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정말 잊지 못할 12년을 보낸 거 같다. 하지만 이제 SK로 왔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SK팬들에게도 보답하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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