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재임 1년6개월만에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뜨거운 감자’를 맞닥뜨린 KBS 김의철 사장이 사장직을 걸고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은 KBS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하기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KBS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김의철 KBS 사장, 최선욱 전략기획실장, 오성일 수신료국장이 참석했다.

지난 2021년12월 양승동 전 사장에 이어 제25대 KBS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대해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김 사장은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즉각 철회해주시길 바란다. 철회해 주시면 즉시 (사장)자리에서 내려오겠다. 대통령님과의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드린다. 유관 부처에도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라는 걸 말씀드린다”라며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KBS가 직접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3월9일 부터 한 달간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을 국민제안에 부쳤다. 온라인 투표결과 약 5만6016명(96.5%)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2019명(3.5%)에 그쳤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급조된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국민제안’ 자체를 일반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데다 투표 결과에 보편적인 국민정서가 수렴됐는지, 온라인 투표로 국가의 중차대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게 과연 옳은지 여부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김 사장은 “KBS는 ‘추석 한가위 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처럼 수익성은 낮지만, 충분히 방송할만한 공영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라며 “관현악단, 소외계층을 위한 수신 환경 개선, 방송 문화 연구 등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류가 생소했던 20년여 전부터 ‘겨울연가’, ‘뮤직뱅크’로 K 문화를 다진 것도 KBS”라고 호소했다.

현재 KBS의 TV 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현행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부과·징수된다. 과거에는 KBS 징수원이 일일이 집을 돌며 수신료를 걷었지만,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다.

만약 수신료가 분리징수 방식으로 바뀔 경우 KBS는 약 70%의 수신료 감소를 예측했다. 김 사장은 “현재 연간 수신료는 6200억원 수준으로 분리징수시 1000억 원대로 급감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공적 책무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국내가구수는 2090만 가구로 월 TV수신료는 522억원, 연간으로는 약 6200억원 수준이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달 22일 개최된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2022년 실적 기준 6274억원에서 약 70%가 급감한 1936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예상안을 내놓은 바 있다.

분리징수 시 수신료 수익을 예측하기도 어렵고, 한전과 별도로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데만 연간 2000억 원 가량 비용이 추가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KBS의 수신료 수익 감소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어 공적 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피해는 국민들께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과연 분리징수를 추진할만큼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사장직을 내건 이유에 대해 “공영방송 독립은 사장 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돼 (내가) 물러나도 KBS 구성원을 믿는다. 공영 미디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2018년 KBS보도본부장을 거쳐 2021년12월 제25대 KBS 사장에 올랐고,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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