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귀신 같은 ‘연패 방지’ 행보는 달라진 울산 현대를 증명하는 표본 중 하나다.

울산은 2021년 ‘홍명보호’ 출범 이후 K리그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연패 늪에 빠진 적이 없다. 지난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0-1로 뒤지다가 후반 중반 이후 내리 3골(마틴 아담·주민규·바코)을 몰아치며 3-1 역전승, 직전 전북 현대전 패배 아픔에서 벗어났다.

울산은 이전까지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이었다. 특히 ‘현대가 라이벌’ 전북과 16라운드에서 0-2로 져 올 시즌 두 번째 패배(13승2무2패)를 떠안았다. 여전히 독주 체제이긴 하나 라이벌 팀에 패한 건 선수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했다. 수원FC 원정에서 전반 16분 만에 윤빛가람에게 선제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전북전 패배 후유증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보란 듯이 ‘뒤집기 승리’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개막 6연승을 달린 울산은 7~8라운드에서 1무1패로 주춤하다가 다시 내리 6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최근 상대 집중 견제 속 대전하나시티즌과 3-3으로 비기고, 전북에 패하면서 ‘진짜 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적지에서 반전했다. 수비의 핵인 김영권(햄스트링)과 박용우(발목)가 부상 여파로 빠졌음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아무리 강한 전력을 지닌 팀이어도 시즌 중 위기를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얼마나 강한 내부 결속력으로 극복하느냐가 관건인데, 울산은 올 시즌 압도적인 경기력만큼 위기 차단 노하우도 경지에 올랐다.

결승골을 넣은 주민규는 “전북전 이후 (홍명보) 감독께서 미팅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 않고 편안하게, 오히려 자유를 주더라. 깜짝 놀랐다”며 “선수들이 그런 자율 속에서 경각심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준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급 국가대표 사령탑을 경험한 홍 감독은 2021년 울산을 통해 현장 지도자로 컴백한 뒤 중시한 게 소통을 화두로 한 ‘원 팀’이다. 지도자는 많은 말보다 ‘필요한 말’에 집중하는 게 핵심이었다. 박주영, 이청용, 김영권 등 선참이 선수단과 지도자의 가교 구실을 하며 더 많이 입을 열게 했다. 코치진은 주력 요원의 필요한 부분을 반영하면서 경기에 뛰지 않거나 어린 선수를 더욱더 살폈다.

진정한 ‘원 팀’으로 거듭난 울산은 과거 ‘전북 트라우마’ 등을 깨뜨리고 승부처에서 힘을 내며 지난해 17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원 팀’의 본질은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목적 있는 희생’을 화두로 충실하게 자기 관리하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뽐내는 것이었다.

올 시즌 울산은 주요 선수가 번갈아 선발로 뛰면서도 제 몫을 꾸준히 하며 승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원FC전에서도 모처럼 그라운드를 밟은 에사카 아타루와 2경기 만에 선발진에 복귀한 아담이 동점골을 합작했다. 또 전북전에 선발로 뛴 뒤 이날 교체 멤버로 투입된 주민규와 바코가 약속이라도 한듯 연속골을 펑펑 터뜨리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76점(38경기)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반환점을 돌지 않은 가운데 승점 41로 벌써 40점을 돌파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연패 방지 본능’만 이어가도 조기 우승이 가능하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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