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용일기자] “포기하지 않겠어요.”

파울루 벤투에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그를 부르지 않았지만 실망보다 강한 동기부여로 입술을 깨물었다. 올 시즌 K리그1 득점 단독 선두(9골)로 올라선 스트라이커 주민규(33.울산 현대)다.

‘한풀이 득점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수원FC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2분 천금 같은 결승포로 팀의 3-1 역전승의 ‘히어로’ 구실을 했다.

후반 31분 엄원상 대신 교체로 들어간 주민규는 11분 뒤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조현택의 코너킥 때 수원FC 선제골 주인공 윤빛가람이 공을 걷어내려다가 빗맞았다. 공은 골문 앞으로 향했는데 주민규가 놓치지 않고 받아 넣었다. 주민규의 역전골이 터진 뒤 울산은 후반 추가 시간 바코가 현란한 개인기로 세 번째 득점을 책임지며 수원FC를 침몰시켰다.

주민규는 팀이 직전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 0-2 패배 후유증을 털어낸 것에 만족해했다. 그는 “전북전이 끝나고 다음 경기여서 부담스러웠다. 우리 선수가 하나가 돼 역전해서 좋았다”며 “(홍명보) 감독께서 미팅 중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유를 주더라.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자율 속에서 경각심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이 경기를 앞두고 6월 A매치 2연전(페루·엘살바도르)을 대비하는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 23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한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A대표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근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그의 이름은 없었다.

주민규는 “솔직히 (대표팀 발탁) 기대를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실망이 컸지만 그것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었다. 경기가 있었기에 마음을 잡고 준비해야 했다. 털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랑받는 선수라는 것을 이번 계기로 느낀 것 같다. 타 팀 팬도 연락오셔서 굉장히 아쉽다고 응원해주더라. 우리 팬은 당연히 함께 아쉬워했다. 감사하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보너스’라고 한 그는 “대표팀이 되든 안 되든 동기부여를 품고 있다. 이 팀에 온 이유는 딱 하나다. 많은 우승컵을 들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살짝 제쳐두고 올해 우승하는 데 올인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스스로 대표팀에 가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묻자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또 경기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으로 녹아든다면 플레이가 살아날 것이다. 그런 것을 좋게 봐주리라고 봐서 팀에 집중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은퇴 경기를 치른 수원FC 베테랑 미드필더 박주호에 대한 응원 메시지도 남겼다. 주민규는 “내가 2019년 울산에 있을 때 주호 형과 함께 했다. 그때 형이 부주장이었는데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가 들어 선배가 되면 (당시) 주호 형, (이)근호 형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은퇴하는 것을 보고 슬펐다. 주호 형은 지도자의 길을 걷든 무엇을 하든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응원하고 고생했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치켜세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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