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베테랑의 관록은 팀이 위기일 때 빛을 발한다. ‘돌아온’ 장원준(38·두산)도 그랬다.
장원준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시즌 두 번째 선발등판했다. 지난달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뒤늦은 시즌 데뷔전을 치러 5이닝 4실점에도 불구, 타선 도움으로 감격스러운 승리를 따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승리를 추가해 통산 130승(114패) 고지를 밟았다. 눈시울을 붉히며 승리의 기쁨을 누린 장원준은 다음날 피자 30판을 동료들에게 돌리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14일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장원준은 공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던졌다. 밸런스에 신경쓰며 한 개의 실투도 용납하지 않으려 애썼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구속(최고시속 138㎞)은 떨어졌지만, 노련미로 극복하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이날은 우타자 몸쪽에 찔러넣는 속구(투심 패스트볼) 제구가 인상적. 한화 포수 최재훈은 장원준이 찔러 넣는 몸쪽 속구에 엉덩이를 빼기 바빴다. 심판은 스트라이크 판정.
몸쪽 속구를 깊숙이 찔러넣은 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배합해 시선과 타이밍을 흐트러뜨렸다. 특히 장원준의 슬라이더는 종으로 떨어지는 각이 좋아 결정구로 활용했다. 한 번씩 날아드는 커브는 ‘느리지만 큰 변화구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포수 양의지의 감각이 장원준의 제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6회 1사까지 투구수 88개로 마운드를 지킨 장원준은 안타 5개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1실점으로 잘 막았다. 7.20이던 평균자책점을 4.35로 낮췄고, 팀 승리(4-1)로 시즌 2승째도 따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이닝을 먹어치운 것만으로도 악전고투 중인 두산에는 한줄기 희망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1일(잠실 KIA전)은 곽빈이 복귀할 예정”이라면서도 “나흘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곽빈의 (허리)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곽빈 외에도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팔꿈치 통증으로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했다. 구위저하로 조정기간을 갖고 있는 최원준도 이번주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감독은 “오늘(6일) 선발로 나서는 장원준과 박신지가 이번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며 “내용이 좋으면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아닐 경우도 대비해야 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여의치 않은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장원준의 역투가 큰 힘이 됐다. 6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도록 발판을 놓았으니 베테랑의 품격을 스스로 높인 셈이다. 선발투수가 흔들림없이 마운드를 지켜내자 김재환(2회 2점·4호)과 김대한(3회 1점·1호)이 홈런 두 방을 폭발해 기선을 제압했다.

4-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홍건희가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인환을 2루 땅볼로 잡아내고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승률 5할 붕괴 위기에서 또 한 번 기사회생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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