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청라=장강훈기자]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진다. 결과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생각 전환으로 부진의 터널을 돌파한 최혜진(24·롯데)이 931일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데뷔(2018년) 후 처음으로 후원사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을 따내 기쁨이 두 배였다.

최혜진은 4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파72·672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따냈다. 2라운드 단독 2위로 올라서더니 3라운드에 선두를 꿰찼고,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혜진이 KL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20년 11월15일 끝난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이후 931일 만이다. 72홀 기준으로는 2019년 11월3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1309일 만이다. 통산 11승.

3타차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라운드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1번홀(파4)에서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한 최혜진은 3번홀(파3)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보기를 범했다. 5번홀(파4)에서 버디로 반등했지만 6번홀(파5)에서 다시 보기를 저질렀다. 세 번째 샷이 짧아 벙커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9번홀(파4)에서 이날 세 번째 버디를 잡아 언더파로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11번과 13번홀(이상 파4)에서 징검다리 보기를 범해 2위 그룹에 2타 차로 쫓겼다. 14번홀(파5)에서는 투온에 성공하고도 버디를 잡지 못해 기세가 떨어질 위기에 빠졌다. 웃음으로 마음을 다잡은 최혜진은 남은 홀을 침착하게 파행진으로 마무리하고 정상을 지켜냈다. 7m가량 남은 버디 퍼트를 실패했지만,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최혜진은 침착하게 우승을 확정한 뒤 환하게 웃었다.

2021년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최혜진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했다. 퀄리파잉스쿨 수석합격으로 주목받았지만 잔디와 코스, 환경, 시차 등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국제대회를 많이 다녀서 시차적응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2~3시간가량 시차는 적응하기 어렵더라. 워낙 다양한 코스에서 플레이하면서 방어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고 돌아봤다.

3주전 입국해 지난주 E1채리티 오픈에서 샷을 점검한 그는 “너무 똑바로 치는 것에 집착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잔디특성, 코스 형태, 바람, 핀 위치 등에 따라 매니지먼트해야 하는데, 똑바로 치는 것에 집착하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졌다는 얘기다. 그는 “첫날 후배들과 라운드하는데 어릴 때 과감하게 쳤던 생각이 나더라. 결과보다는 내 스윙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백스윙톱에서 스윙으로 전환하는 템포, 임팩트 순간 클럽을 던지는 타이밍과 리듬 모두 좋을 때 느낌을 회복했다는 게 최혜진의 설명. 그는 “공도 묵직하게 맞아나가고, 스윙할 때 몸도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느낌이다. 좋은 느낌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KLPGA투어 통산 11승째에 입맞춤한 최혜진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주 휴식을 취한 뒤 LPGA투어 무대에 다시 들어가는데, 2주 연속 이어지는 메이저대회에서 첫 승을 따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공격본능을 회복한데다 후원사대회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따낸 최혜진의 세계 정상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한편 최혜진과 함께 모처럼 KLPGA투어에 출전한 김효주(28·롯데)는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더 줄여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 호성적으로 이름값을 증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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