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NBA 현역 감독 가운데 최장수는 누구일까.

8번 시드 마이애미 히트를 NBA 결승에 진출시킨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52)이다. 2008년 레전드 팻 라일리(현 마이애미 사장)의 뒤를 이었다. 올해로 15년째로 NBA 뿐 아니라 한 팀 최장수이기도 하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명장의 뒤를 잇는 감독은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 언론 관계자들이 늘 전임 감독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특히 스포엘스트라는 라일리가 발탁하고 감독에 앉힌 터라 하늘과 같은 존재다.

포인트가드 출신의 스포엘스트라는 포틀랜드 대학 출신이다. 대학 성적도 보잘것없었고, NBA에도 지명되지 못했다. 프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스포츠용품사 나이키 창고에서 박스를 만들었다. 그의 첫 코치 일은 독일 농구클럽 TUS 헤르텐이었다.

1995년 마이애미 히트는 스포엘스트라를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고용했다. 히트 첫 해 직책을 받지 못했다. 이어 LA 레이커스를 4차례 우승시킨 라일리가 감독으로 영입됐다. 당시 라일리 계약서상에는 비디오 분석 책임자를 데려올 수 없었다. 그러나 라일리가 스포엘스트라를 비디오 분석가로 활용했다. 그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자칫 실업자가 될 뻔했다. 스포엘스트라의 인생 전환점이 된 게 바로 라일리 감독이다.

2년 동안 비디오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뒤 보조코치와 비디오 분석을 함께했다. 승진이었다. 이후 코치와 스카우트 책임자가 되고 2004년 올림픽에 출전하고 돌아온 드웨인 웨이드의 균형과 점프 슛을 향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6년 마이애미가 댈러스 매버릭스를 꺾고 첫 우승에 큰 공로를 세웠다.

이런 인연과 실력을 인정한 라일리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감독 자리를 스포엘스트라에게 물려준 것이다. 그러나 감독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최대 위기는 2010년 르브론 제임스가 프리에이전트로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 등 친구 3인조가 모이면서다.

우승 후보로 꼽힌 히트는 초반 9승8패로 부진했다. 3명의 슈퍼스타를 감당하기에 벅찼다. 팬들과 언론은 스포엘스트라를 바꾸고 라일라가 다시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극에 달했다. 당시 최고의 장면은 지금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타임아웃을 부르고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코트를 나오는데 르브론이 그의 어깨를 거의 고의로 치고 의자에 앉는 장면이다. 이때 상기된 얼굴의 스포엘스트라는 르브론의 하극상 태도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못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르브론은 라일리 사장실을 찾아가 스포엘스트라 감독을 교체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르브론이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로 이적한 단 하나의 이유는 우승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일리 사장은 르브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포엘스트라 체제를 밀어붙였다.

결국 르브론은 히트 활동 4년 동안 4연속 파이널에 진출하고 두 차례 정상에 오른다. 마이애미의 4연속 파이널 진출도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지도력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르브론-드웨인 웨이드-크리스 보시 등이 뭉친 결과로 감독 지도력은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르브론이 2014년 다시 FA가 돼 클리블랜드로 떠난 뒤 마이애미는 올해까지 6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동부 콘퍼런스 챔피언만 두 차례 일궈냈다. 르브론같은 슈퍼스타 없이 PO에 진출시킨 것이다. 특히 올해는 8번 시드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디오 분석에서 레전드급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스포엘스트라다.

NBA 파이널은 2일부터 시작된다. 덴버 너기츠의 우승이 유력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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