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대기업 무스펙 열정사원 연기

K직장 체험 “점심으로 ‘단합’ 출퇴근 힘들어”

결혼, 연극출연 이후 “연기가 정말 좋아졌다”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첫사랑의 아이콘’에서 ‘K직장인의 아이콘’이 됐다.

배우 이연희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에서 대기업 채용 바늘구멍을 뚫은 무스펙 계약직 사원 박윤조 역을 맡아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를 그려가고 있다.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한 윤조는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다.

녹록지 않은 회사와 조직 문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그는 요즘 청년들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연희는 “‘레이스’는 요즘 청년들을 대변하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윤조로 인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재밌다. 지난해 12월에 촬영이 끝났는데, 오랜만에 보는 거라 되게 긴장하면서 봤다”라고 말했다.

◇열정만렙 윤조와 닮았다 “나는 홀로 눈물 펑펑”

박윤조와 이연희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은 윤조처럼 많은 것 같다. 저는 제 마음대로 잘되지 않을 때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설레고, 하루 종일 작품을 생각하는 건 닮아있다. 다만 저는 혼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윤조처럼 눈물은 많았지만 혼자 있을 때 감정을 표현했다”고 답했다.

직장생활을 간접 체험한 소감으로는 “모이면 일 얘기보다는 ‘점심 뭐 먹을래?’ 얘기하는 게 단합되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출퇴근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배우들은 자유롭고 쉬고 싶을 때 쉴 수도 있다. 작품 하면 바쁘게 생활하지만 직장인들은 모두가 쉴 때 같이 쉬어야 하는 게 힘들겠다 싶었다. 왜 칼같이 사생활을 구분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극 중 박윤조가 ‘젊은 꼰대’라는 설정에 대해서는 “왜 꼰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팀원이 연락 두절이었고 상황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라며 “이런 걸 뭐라 한다는 것 자체가 ‘젊은 꼰대’일까 생각하면서도 요즘은 일은 일, 사생활은 사생활 분리돼 있으니까. 저희 때는 귀찮지만 주말에 연락받아도 답장하는데 요즘에는 주말은 오프인 것 같아서 다르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신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는 이연희는 “신인 시절에 (부조리함을) 조금은 겪어봤다. 기준이 되지 못해 오디션에서 탈락하거나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생 전환점 된 결혼, 그리고 연극 “연기가 재밌어졌다”

어느새 20년 차 배우가 된 이연희는 20대에 너무 빨리 주목을 받으면서 되레 부담이 커져 주변의 기대 때문에 위축되고 억눌리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거의 15년 동안은 그냥 정신없이 달려만 왔다. 정말 일에 치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아왔고 이 일을 하면서 주목받는 게 오히려 겁날 때가 있고 부담스럽고, 마냥 이 직업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닌 거 같다고 생각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런 상황에서 돌파구가 된 것은 결혼이었다. 지난 2020년 비연예인과 결혼한 이연희는 든든한 내편이 생기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어서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가 생겼다. 저는 한 우물만 파서 외적인 걸 모를 때가 많은데, (남편이) 그런 부분들을 잘 가르쳐 준다”라며 “예전에는 주어진 작품에 임하기 바빴다면 요새는 작품을 지켜보고 찾아본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달라진 마음가짐은 캐릭터에도 담겼다. 결혼 후 여러 작품을 통해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왔고, 이번에는 예쁜 주인공을 벗고 K직장인이 됐다. 아직 이연희에게 숨겨진 모습은 많이 남아있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와 달리 이연희는 운동을 즐기고 잘 한다. 그는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잘할 것 같지 않은 눈초리로 보기도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았다. 근래에도 골프 예능에 나와서 골프하는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분들도 있었다.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대선배 이순재와 함께 연극 ‘리어왕’에 출연한 이연희는 배우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그전에 매체 연기만 했을 때는 몰랐던 처음 좋아서 연기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찾게 되었다. 너무 설레고, 너무 재미있고, 너무 신나는 마음이 들어서 연극을 하게 된 이후부터 좀 더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결혼과 연극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그는 보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착해 보이는 사람이 서늘해지면 이중적인 반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내가 악역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악역을 다르게 표현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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