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천=김민규기자]“우승을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대회 최종 라운드, 치열한 선두다툼 속에 순위가 요동쳤다. 한 번의 실수가 곧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에서 17·18번 홀만을 남겨뒀던 김동민(25·NH농협은행)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선두에 한 타차 뒤쳐졌기 때문. 그러나 마지막 18번 홀에서 띄운 승부수가 ‘이글’로 연결되며 대역전극을 썼고, 생애 첫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김동민은 28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727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을 포함해 버디 5개, 보기 2개를 적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역전 드라마였다. 전날 샷이 흔들리며 트리플보기에 더블보기까지 범하면서 중간합계 3언더파 213타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두에 5타 뒤지며 사실상 우승권에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솎아내며 4타를 줄여 선두권을 맹추격하더니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엔딩’을 펼쳤다.

김동민은 “어제 3라운드를 마친 후 우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오늘 전반을 마치고 스코어를 보니깐 많이 따라가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글까지 해서 정말 행복하다”며 “너무너무 떨렸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생애 첫 우승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후 프로에 데뷔한 김동민은 올해 데뷔 4년차가 됐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 우승 비결로 그는 ‘티샷의 자신감 향상’을 꼽았다.

김동민은 “그동안 티샷 미스를 많이 해서 스코어가 잘 안 나왔고 중요한 상황(선두권)에서도 티샷 때문에 계속 우승에서 미끄러졌던 것 같다”며 “작년 전반기 때는 컷 통과한 것이 없을 정도로 안 좋았고 하반기에도 성적이 안 좋았다. 경기 당 OB(아웃오브바운즈)를 3~4개씩 하면서 경기가 안 됐다. 문제는 티샷 때문이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별도의 레슨은 받지 않았고 혼자 많이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클럽 무게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이전에 10~20점이었다면 지금은 70점까진 올라온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OB가 나왔지만 티샷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안전하게 코스를 공략한 것이 우승비결”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그는 마지막 두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17번 홀, 아쉬운 보기를 범하며 선두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래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고 했다.

김동민은 “17번 홀에서 보기가 나왔을 때 ‘우승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8번 홀을 앞두고 스코어보드를 보니 1위가 7언더파였고 내가 6언더파였다. 이글을 하면 8언더파로 우승 아니면 최소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부수를 띄웠다”며 “세컨 샷이 210m 남았는데 안전하게 버디를 잡으려면 그린 앞에 떨어뜨려 어프로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3번 우드로 과감하게 넘긴 것이 잘 맞아 홀컵 6m에 붙게 됐고 이글을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그의 다음 스텝은 올시즌이 끝나기 전 한 번 더 우승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콘페리어 투어 도전도 목표.

김동민은 “본래 우승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이렇게 하고 나니깐 자신감을 더 얻은 것 같다. 올해 끝나기 전에 우승을 한 번 더해서 제네시스 대상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항상 PGA투어에 가고 싶었다. 콘페리어를 거쳐 가야될 것 같은데 원래는 우승이 없어서 내가 가기에 조금 망설였다. 그런데 우승을 하게 돼서 계획을 잡아봐야 할 것 같다”고 PGA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김동민은 지난 2020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53개 대회 출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동민은 제네시스 포인트(2351.80) 1위, 제네시스 상금순위(3억3800만7000원) 2위에 올랐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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