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선두 추격 가속 패달을 밟는 롯데는 투타 조화가 어우러지는 팀이다. 선발진이 주춤할 때는 불펜이, 마운드가 가라앉았을 때는 타선이, 타선이 침체했을 때는 투수들이 힘을 내 승 수를 쌓아간다. 강팀의 이상적인 그림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2주가량 타선이 침체기로 접어들었지만, 필요할 때 딱 필요한 만큼 점수를 뽑아낸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미 ‘모범 프리에이전트(FA)’로 평가받는 노진혁(34)의 존재감이 빛난다. 노진혁은 시즌 40경기에서 3홈런 22타점 타율 0.291(27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0.250에 불과하지만 100타석 이상 출전한 타자 중에는 OPS(출루율+장타율) 1위(0.811)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이지 않는 힘을 가장 크게 발휘하는 선수가 노진혁이라는 의미다.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경기에서도 7회초 빗맞은 안타로 출루한 게 빅이닝의 도화선이 됐다. 무심한듯 툭 밀어치는 노진혁의 타격 기술이 팽팽한 흐름을 롯데 쪽으로 기울게 하는 힘이다.

28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만난 노진혁은 “코치님 말씀 잘 들어서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코치, 동료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흥식 수석코치는 “노진혁을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며 주거니 받거니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베테랑들이 경기를 통해 보여주는 행동은 어린 선수들에게 큰 영감이 된다. 투수나 경기상황에 따라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고, 타구 방향이나 스윙 강도를 조정하는 능력은 어린 선수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며 “그라운드 위에서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게 올해 롯데가 달라진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 선수들은 틈만나면 야구얘기를 한다. 상대를 분석하기도, 자신의 플레이를 복기하기도 하면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노진혁도 대화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되는 집안’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있지만, 롯데의 기세는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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