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정다워기자] 지금 이 순간에도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 남 감독을 표현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원래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였던 그는 올시즌 폭넓은 소통 행보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남 감독의 소통 행보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가 있다. 바로 구단 유튜브 콘텐츠에서 선수가 조종하는 ‘아바타’ 노릇을 한 사례다. 영상 속에서 남 감독은 구자철, 이창민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 바지를 양말 안으로 집어넣으라면 집어넣고, 오른쪽으로 패스하라고 하면 작전을 그대로 따른다. 심지어 파넨카킥을 요구하는 다소 무리한 작전에도 순순히 따른다. 팀이 3골을 허용하자 남 감독은 “버스를 막아야 한다”라며 최근 K리그 이슈를 소재로 삼아 숨겨놓은 유머 본능을 선보이기도 한다.

지난 26일 업로드된 이 영상은 제주를 넘어 아니라 K리그 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28일 오전 현재 조회수 3만을 돌파했고, 댓글도 100개 이상 달렸다. 댓글은 주로 남 감독의 변신, 혹은 변화를 이야기한다. ‘예전의 남기일 감독이 맞나 싶다’, ‘좋은 방향으로 바뀌려 하고 결과도 좋게 나와 팬으로서 너무 기쁘고 인간적으로도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등의 댓글이다.

이 영상을 본 임채민은 “저도 영상을 봤는데 저렇게까지 하셔야 하나 싶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성남FC 시절부터 남 감독과 함께했던 임채민은 “원래도 말씀을 많이 하지는 않으시는데 성남 때보다 주장단과 소통을 확실하게 잘하시는 것 같다. 선수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주신다”라며 “큰 결정을 하지 않으셨나 싶다. 그렇게 노력하시는 것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크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 팀 분위기에 감독님이 한몫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 감독은 2013년 만으로 30대였던 어린 나이에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늘 거칠고 억센 캐릭터를 유지해야 했다. 외부, 혹은 선수단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소 경직되고 딱딱한 스타일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 방식으로 성공 가도를 걸었으니 일종의 자기 확신을 갖고 제주에서도 기조를 유지했다. 실제로 제주는 승격에 성공했고, 지난 두 시즌간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불필요하게 선수들과 오해, 갈등이 쌓이고, 불편한 관계가 팀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해 일련의 사건을 지나며 남 감독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남 감독은 “발전하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바뀐다기보다는 선수들과 더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만히 앉아 선수가 오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제가 먼저 움직이는 ‘발로 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라며 “선수에게 귀를 기울이니 믿음이 생겼다. 사실 유튜브 콘텐츠도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했다. 선수들이 좋아하니 그런 것도 하게 되더라. 이런 유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소통 효과는 확실하다. 제주는 최근 K리그1 7경기에서 6승1무로 압도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FA컵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12경기서 10승1무1패라는 경이로운 페이스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27일 홈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15라운드 경기에서도 2-1 역전승을 거두며 단독 2위에 올랐다.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시즌을 보내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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