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학생들이 녹음해 준 ‘오! 필승 코리아~’ 떠올리며 삼진을 잡았죠.”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27일(한국시간) 홍콩에서 열리는 2023년도 아시안컵(BFA)에서 인도네시아를 만나 21-3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대표팀 양상문 감독은 “초반(1,2회)에 우리가 득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았던 투수 김보미(34)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이날 김보미는 2회말 2사 2,3루에서 1스트라이크3볼 불리한 카운트에서 침착하게 스트라이크 2개를 연이어 던져 헛스윙 삼진을 만들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선취점을 내주지 않은 덕분에 대표팀은 3회초 14점을 폭발시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김보미는 “대회 출국 전에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이 내게 응원가를 선물했다. ‘오 필승 코리아’다”라고 했다. 김보미는 대전에 있는 둔산중학교 체육 교사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중에는 야구 국가대표로 변신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다.

어느덧 교직 생활 10년 차 베테랑 교사다. 알음알음 학생들도 그가 여자야구 국가대표인 것을 알고있다. 학생들은 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며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한다. 김보미는 “몇몇 아이들이 야구 가르쳐 달라며 온다. 그러면 못 이기는 척 캐치볼 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김보미는 이번 대표팀에서 투수 최선참이기도 하다. 201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가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시안컵에서 3이닝 동안 삼진 1개를 솎아내며 1실점 역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김보미는 “2회 흔들렸던 순간에, 머릿속으로 제자들이 준 ‘오 필승 코리아’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잘 다녀오라고 응원을 많이 해줬는데, 돌아갔을 때 창피하지 않게 더 집중해서 던졌더니 잘 막은 것 같다”며 웃었다.

대한민국은 예상 외로 초반에 인도네시아에 고전했다. 한 수 아래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대량 득점할 것으로 보였지만, 1회와 2회 무득점에 그쳤다. 김보미는 “그래도 내가 3회까지 딱 버텨주면 타선에서 몰아쳐 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타선이 3회 터지며 14점을 내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보미는 “봤니? 선생님이 이렇다! 얘들아 고맙다!”라며 한국에서 김보미의 호투를 지켜봤을 제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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