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참 좋은 공을 던진다. 밸런스도 좋고, 공을 끌고 나오는 힘, 놓는 위치 모두 ‘이 정도였나’ 싶다. 키움 최원태(26)가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최원태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을 산발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도 87개로 안정적이었고, 삼진을 6개나 솎아냈다. 지난 10일 LG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래 4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2연속경기 무실점(12이닝) 행진도 이었다.

꾸준함이 돋보인다. 시속 149㎞까지 측정되는 빠른 공에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섞어 롯데 타선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렸다. 좌타자가 많은 특성을 이용해 경기 초반에는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 중반에는 몸쪽 높은 공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먹어치웠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구윈투수 경험을 통해 스스로 느낀 게 있는 모양”이라며 “일단 강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인상이다. 스프링캠프 때도 롱토스로 어깨 강화와 밸런스 유지에 신경쓰는 모습을 봤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힘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어야 변화구 위력을 배가할 수 있다. 최원태가 올해 좋아진 점도 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멀리던지기는 신체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KBO리그 대표 강속구 투수 중 한 명인 라울 알칸타라(두산)는 “다른 건 몰라도 어릴 때부터 롱토스를 습관처럼 해왔다. 긴 거리를 강하게 던지려면 몸 밸런스가 중요하다. 힘껏 멀리 던지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나만의 리듬도 생기고 어깨도 강해지는 것 같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롱토스를 통해 구속 회복을 회복한 최원태도 알칸타라의 루틴과 비슷해 보인다.

밸런스도 매우 좋다. 디딤발(왼발)에 체중을 싣는 동작이 안정적이다. 왼무릎을 굽힌 상태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포수쪽으로 밀고 나오는 힘도 강하다. 타자쪽으로 끌고나와 던지니 체감 구속은 더 빨라진다. 빠른 공에 대비하면,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날아드니 노림수를 두기도 어렵다. 스스로 ‘어려운 승부’를 선택하다 볼넷을 남발하는 경우가 아니면, 적은 투구수로 긴이닝을 막아낼 수 있다.

여전히 투심-체인지업 조합이 가장 많지만(87개 중 46개), 포심 패스트볼(12개)을 슬라이더(16개) 커브(13개)와 비슷한 비율로 배합해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과 배트 중심을 모두 피해갔다.

최원태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진이 6점을 내준 게 아쉬웠을 만큼 빼어난 피칭을 했다. KBO리그에 모처럼 오른손 ‘토종 선발’ 투수 한 명이 탄생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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