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기회가 왔으면 했다. 보여주고 싶었다.”

두산 ‘최선참’ 김재호(38)가 팀을 구했다. 결정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승엽(47) 감독도 극찬을 남겼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차고 넘친다. 지고 싶지 않다. 다시 불타오른다.

김재호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11회말이 결정적이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어렵게 자기까지 기회가 왔다. 앞 타자 장승현 타석에서 파울지역 뜬공이 나왔는데, 상대 1루수 이태훈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장승현이 볼넷을 골랐고, 찬스가 이어졌다. 김재호가 타석에 섰다. 카운트 2-1의 유리한 상황에서 4구째 속구를 받아쳤다. 벼락같은 스윙이 나왔고, 깨끗한 좌전 적시타가 됐다. 그대로 두산이 4-3으로 이겼다.

이로써 김재호는 올시즌 리그 14호, 통산 1260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개인으로는 4번째다. 2020년 6월6일 잠실 KIA전 이후 1083일 만에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겨우내 열심히 준비했으나 개막부터 지난 4일까지 11경기에서 타율 0.143에 그쳤다. 결국 5일 1군에서 말소됐다.

퓨처스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17타수 6안타, 타율 0.353을 쳤다. 1홈런 3타점 4볼넷도 만들었다. OPS가 1.043이었다. 그러자 이승엽 감독이 23일 다시 1군에 불렀다. 25일 복귀 후 처음으로 선발로 나섰고, 경기를 지배했다.

김재호는 “만루였기 때문에 투수도 아무래도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했을 것이다. 속구에 늦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게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무조건 올 것이라 봤다. 내게 기회가 오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고 싶었다. 내 자신의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자존감을 다시 올리고 싶었다. 퓨처스에 다녀온 것이 내게는 도움이 됐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퓨처스에서 보낸 시간도 돌아봤다. “1군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가면서 불안했다.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경기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이 안 된다. 불안했다. 퓨처스에서 많은 경기를 뛰면서 나아졌다.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비도 수비지만, 공격에서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그 부분을 알고 있었기에 공격에 신경을 썼다.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정훈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와 논의를 많이 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심적으로 아주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제는 떨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속도 많이 상했단다. “퓨처스 선수들이 다 젊지 않나. 젊은 친구들과 같이 경기를 뛰는 것이 속상하더라.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이정훈 감독님께서 ‘야구에 나이가 어디 있나’고 하시더라.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대학교와 경기도 나가고 그랬다”며 웃었다.

후배들에게 주문도 남겼다. 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좀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 실력은 기본이고, 자기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착하다.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이팅이 넘쳐야 한다. 약해지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아직 어리고, 착하다. 나도 그랬다. (손)시헌이 형이 있었다. ‘형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지는 것이다. 겉으로 그래도, 속으로 이를 갈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천재 유격수’라 한다. 불혹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능력이 있다. 베테랑의 가치다. 결정적일 때 해줬다. 두산에는 여전히 김재호가 필요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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