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기자] “(키움 정)찬헌이 형과 누가 더 느리게 던지나 했는데 제가 진 것 같네요. 하하.”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31)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시즌 2승 째를 수확했다.
이날 임찬규는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시속 99㎞에서 115㎞까지 넘나드는 커브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임찬규는 5회초 선두타자 임병욱을 상대할 때 2구로 시속 99㎞짜리 커브를 던졌다. 앞선 이닝인 4회말 상대 선발 정찬헌이 선두타자 오지환을 상대할 때 2구로 시속 95㎞짜리 커브를 던진 것과 비슷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경기 전에 (정)찬헌이 형한테 ‘제가 형보다 더 느리게 던질 수 있어요’라고 했다. 저번에 최형우 선배를 상대로 시속 90㎞대 커브를 던진 적이 있다. 찬헌이 형이 날 보더니 자신은 시속 70㎞까지 던질 수 있다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헌이 형이 오지환 형을 상대로 시속 95㎞ 커브를 던지길래 나도 보란듯이 느리게 던져봤는데 속도가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진 것 같다”며 웃었다.
임찬규가 지난달 28일 KIA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KIA 외야수 최형우를 상대로 3회초 던진 2구는 시속 99㎞ 커브였다.
임찬규와 정찬헌 두 사람은 ‘광속구’ 시대에 느리게 던지는 경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스럽게 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구속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제구로 승부해 이날 동반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임찬규는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정찬헌은 6이닝 1실점 호투에도 아쉽게 패전투수가 됐다.
임찬규는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제구가 잡혔다고 했다. 그는 “염경엽 감독님께서 ‘너는 원래 삼진을 많이 잡았던 투수인데 구속이 오르고 나서 삼진이 줄었고 피안타율도 올라갔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제구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그 뒤론 좋은 경기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이민호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로 낙점돼 지난달 16일부터 4경기 등판했다. 4경기 동안 패 없이 2승을 수확했다. 대체 선발로서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0.92다.
임찬규는 “팀에서 나를 중간 계투 자리에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던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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