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참담하다. 잇달아 터져나온 추문이 하필 KBO리그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구단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부정과 비리 등을 좌시할 수 없다. 털 것들은 털고 간다”고 강경대응을 선언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구단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이상 ‘제식구 감싸기’로는 공분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엔 LG다. LG는 14일 ‘KBO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인터넷 도박 사건에 이천웅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차례 면담과 자체조사를 진행했는데, 선수 본인이 사실을 부인해 KBO에 수사의뢰 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잔류군에서 다시 조사했는데, 12일 혐의를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이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선수단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 재발방지와 부정행위 근절 등 준법 및 인성교육 등을 심층강화해 클린베이스볼 정착에 노력하는 구단이 되겠다’고 사과했다.

LG는 10여년 전 프로스포츠를 송두리째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 때도 선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이천웅은 의혹이 불거진 뒤 수차례 혐의를 강하게 부정했음에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한 것은 일종의 학습효과였던 셈이다.

이날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사직과 상동구장에서 롯데 1·2군 선수단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및 폭력 예방 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이틀간 선수단 160여 명이 참석해 교육을 받았다. 롯데는 개막 직전 터진 투수 서준원의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등의 파문으로 구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구단은 서준원의 “전세 문제로 사기를 당해 법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변호사, 에이전트 등과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도중 서준원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영장실질심사를 받던 날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 사실이 알려질 때는 이미 진상조사를 끝낸 뒤였고, 파문이 일자 즉각 퇴단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KIA의 행보도 비슷하다. 장정석 전 단장이 예비 프리에이전트(FA)이던 박동원과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 뒷돈을 요구한 녹취록을 입수한 즉시 발빠르게 움직였다. 해외에 있던 장 전 단장에게 사실확인을 하고 ‘농담조로 뒷돈 얘기를 한 것’이라는 장 전 단장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해임 철퇴를 내렸다.

품위손상행위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드러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조치로 보인다. KBO리그 구단에서 불거진 각종 사건사고는 결국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반영됐다.

모 기업 고위 관계자는 “한국시리즈 우승 여운은 일주일가량 지나면 사그라든다. 하지만 부정행위나 품위손상 행위 등 사건사고는 두고두로 회자된다. 우승한 것보다 ‘아무개가 사고쳤다며?’나 ‘요즘 야구선수들 왜그래?’라는 얘기를 더 쉽게 자주 듣는다는 뜻이다. 기업으로서는 구단을 운영해야하는지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개인의 일탈이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약이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일부 기업이 구단 매각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구단의 강하고 발빠른 대응은 이런 기업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수준 낮은 경기보다, 상상할 수 없는 추문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더이상 철밥통이 아니다. 야구보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다. 영속적인 인기는 없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