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잠실의 4번타자’가 돌아왔다. 개막전 홈런을 극적으로 뽑아냈다. 잠실구장을 가득채운 두산 팬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김재환(35)을 연호했다.

김재환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23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8로 뒤진 7회말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뽑아냈다.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회까지 4점을 내주는 등 마운드가 힘을 쓰지 못했는데, 4번타자가 수세를 우세로 전환했다. 김재환이 개막전에서 홈런을 뽑아낸 건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뒤늦게 개막한 2020년 5월5일 잠실 LG전 이후 3년 만이다.

3-8로 끌려가던 7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이 투구에 맞아 출루하면서 기류를 바꿨다. 롯데가 5이닝 3실점으로 버텨낸 댄 스트레일리에 이어 왼손투수 이태연으로 6회를 막아내 승리를 예감하던 때였다. 마운드에는 고졸(장충고) 신인 이진하가 올라왔는데,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양석환이 데뷔전 타자로 들어섰다.

양석환은 이진하가 던진 포심패스트볼을 차분히 골라내거나 커트하며 카운트싸움을 이어갔고, 6구 만에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갔다. 롯데는 필승조로 활약할 김도규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주전 자리를 꿰차야 하는 김인태가 우전안타를 뽑아내 무사 1,3루로 연결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나선 이유찬을 그대로 밀어붙였고, 희생플라이로 한 점 따라붙었다. 이어 정수빈이 3-유간을 뚫어 1,2루를 만들었고, 허경민이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호세 로하스가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뽑아 3점차로 좁혔다.

2사 1,3루 위기에서 롯데가 꺼내든 카드는 오른손 필승조 구승민. 김재환은 포크볼과 속구를 하나씩 본 뒤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시속 135㎞)를 걷어올렸다. 오른 무릎을 굽혀 각도를 만들었고, 속구 타이밍에 스윙해 히팅포인트에서 제대로 걸렸다. 뻗어나가는 탄도가 홈런이라는 것을 직감할 만큼 타구에 힘이 실렸다. 1루와 우익수쪽 관중석을 가득채운 팬이 일제히 일어났고, 롯데 우익수 잭 렉스가 펜스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미치지 못했다.

7회에만 5득점 빅이닝을 완성하는 순간, 두산의 4번타자는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홈을 밟은 정수빈과 로하스, 대기타석에 있던 양의지도 ‘잠실 4번타자의 귀환’을 온몸으로 반겼다. 경기시작 세 시간여 만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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