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모범생은 아니었다. 내가 돋보이고 싶었던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학창시절 전체가 학폭 가해자로 오인돼 ‘제2의 연진이’로 낙인된 게 속상하고 힘들다.”

배우 심은우는 최근 자신의 개인채널에 이같은 글을 남겼다. 2020년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 민현서 역으로 얼굴을 알린 심은우는 같은 해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서 요가강사와 배우 일을 병행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서서히 인기몰이중이었다.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힌 뒤 배우 심은우의 시계는 멈췄다. 당시 그가 주연급으로 출연한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는 촬영을 마쳤음에도 편성을 받지 못한 채 창고에 묵혀있다.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배우를 리스크를 감내하며 기용하는 제작자는 드물다. 심은우는 현재 개인 요가원을 운영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심은우를 잘 아는 한 연예계 관계자는 “그의 학창시절이 어땠는지 낱낱이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배우에게 ‘앞과 뒤가 다르다’며 생업인 연기자의 생명을 끊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그로 인해 많은 이의 생계가 걸렸던 한 편의 드라마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은우 뿐만 아니다. 2021년 연예계를 휩쓸었던 학교폭력 가해의혹에 휘말린 연기자들 중 다수가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2020년 tvN ‘경이로운 소문’으로 원톱배우로 우뚝 선 배우 조병규는 이듬해 ‘새총 가해’의 주인공이 됐다.

뉴질랜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조병규가 새총으로 학우들을 괴롭혔다는 게시물이 온라인을 강타했다. 방송인 유재석과 함께 KBS2 ‘컴백홈’의 MC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던 조병규의 날개가 꺾였다.

거듭 결백을 주장하던 조병규는 이후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는 현재 하반기 방송 예정인 tvN ‘경이로운 소문2’를 촬영 중이다. 이 드라마 관계자들은 ‘조병규 리스크’를 예의주시 중이다. 2021년 이후 조병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잦아들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치켜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동하, 에이핑크 박초롱 등은 자신을 학폭 가해자로 몰았던 이들을 고소했다.

KBS2 ‘오!삼광빌라’에 출연했던 동하는 학폭 가해자로 몰린 뒤 배우 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동하 자신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당시 담당 교사를 만나고 허위글을 남긴 이들을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지만 최초 게시글이 삭제됐고 용의자 인원 등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는 난항을 겪다 종결됐다.

박초롱 역시 학폭 의혹 제기자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강요미수죄로 고소했다. 한동안 온라인상에서 공방을 주고받던 박초롱과 학폭의혹 제기자는 지난해 오해를 풀고 고소를 취하했다.

여전히 ‘학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우도 있다. 박혜수는 학폭가해자로 지목돼 그가 출연한 KBS2 ‘디어엠’ 편성이 무기한 연장됐다. 박혜수는 지난해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 ‘너와 나’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해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이 주먹다툼 등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심리적인 폭력’이라는데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과거 가해자였던 연예인들이 ‘왕따’를 주도하거나 언어폭력 등을 지속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나를 째려봐 심리적으로 위축됐으니 이 또한 폭력”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개인의 경험, 미성숙한 10대 시절의 멘탈 건강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가해자로 몰린 이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다.

대다수 드라마 제작자들은 “배우 지수의 경우처럼 명백히 물리적인 폭력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해자로 몰린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처럼 배우 한 명의 의혹 때문에 수백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의 협업인 드라마가 사장되지 않기 위해 논란에 보다 성숙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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