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첫 경기서 얻은 최대 과제. 바로 수비 밸런스 찾기다.

축구대표팀은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전 45분을 완벽하게 보냈다. 손흥민의 전반 10분 선제골과 추가시간 나온 추가골을 묶어 2-0으로 리드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의 완성도, 황인범과 이재성이 관여하는 패스 플레이의 질이 높았다.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호쾌한 전반전을 보냈다. 3만7000여명의 관중을 열광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후반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후반 1분 만에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만회골을 허용했고, 3분 후에는 호르헤 카라스칼에게 동점골까지 내줬다. 순식간에 2-0에서 2-2가 됐다. 하프타임까지 축제 분위기였던 문수경기장은 ‘갑분싸’였다.

두 골 모두 왼쪽에서 비롯됐다. 콜롬비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집요하게 왼쪽을 물고늘어졌다. 첫 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페널티박스 안으로 너무 쉽게 침투 패스가 연결된 게 시작이었다. 김민재가 크로스를 허용했고, 김영권이나 정우영 등이 하메스를 놓친 게 아쉽긴 했지만 1차적으로 위험지역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막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왼쪽이 문제였다. 김영권의 위험한 전진패스가 차단됐고, 곧바로 왼쪽에서 이어진 빠른 공격을 우리 수비진이 따라가지 못했다. 조직적이고 타이트한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콜롬비아 수준의 우수한 공격진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의 중심 김민재가 건재함에도 두 골을 내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민재는 이번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맹활약하며 월드클래스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제 몫을 했지만 수비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수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1인이 있어도 완벽할 수 없다.

전반 24분 허리 부상으로 교체된 김진수의 공백이 느껴졌다. 대신 들어간 이기제가 전반전까지는 팀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졌지만 후반 들어 확실히 약점이 드러났다. 이기제는 카타르월드컵 멤버가 아니다. 당연히 조직적인 면에서 어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황인범이 다소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수비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실점 장면을 보면 두 번 모두 미드필더의 커버 플레이가 아쉬웠다.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실점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 한다는 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수비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수도 있는 포메이션이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왼쪽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왼쪽 사이드백 포지션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당장 다음해 열리는 아시안컵까지는 김진수로 버틸 수 있지만 그는 1992년생으로 30대 초반을 보내고 있다. 사이드백의 경우 공수에 걸쳐 활동량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고, 스프린트도 자주한다. 체력 부담이 큰 자리다. 다음 월드컵까지 현재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왼쪽 센터백 김영권도 1990년생으로 곧 30대 중반이 된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 왼쪽 사이드백 씨가 말랐다는 사실이다. K리그를 봐도 왼발을 잘 쓰는 수준급의 사이드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왼발을 쓰는 젊은 센터백도 희귀하다. 왼쪽은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