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 스포츠에서 감독의 임팩트가 가장 큰 종목은?

NCAA 대학농구다. 전문가들은 대학농구의 임팩트가 가장 크고 메이저리그가 가장 적다고 분석한다. 농구는 종목의 특성상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지배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NBA는 감독의 역량만으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 선수들의 기량이 감독의 역량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선수 의존도가 더 크다. 선발 로테이션, 불펜, 중심타선, 수비 등이 조화를 이뤄야 된다. 게다가 시즌도 162경기의 대장정인 터라 정신력이나 감독의 능력으로 정상에 오를 수가 없다. 야구는 제네럴매니저의 역할이 필드매니저보다 커 ‘단장의 게임’이라고 한다.

축구도 감독의 임팩트는 야구보다 훨씬 크다. 축구 역시 전술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전술로 하는 게임이 아니고 운영이다.

미 대학농구에는 우수한 지도자들이 수없이 많다. UCLA를 10차례 NCAA 토너먼트 우승으로 이끈 명감독 존 우든, 듀크의 마이크 슈셉스키, 노스캐롤라이나의 딘 스미스, 로이 윌리엄스, 인디애나의 보비 나이츠, 코넷티컷의 짐 캘훈,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시러큐스의 짐 베하임, 현역으로 미시건 스테이트 톰 이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두 NCAA 토너먼트 우승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고유 전술을 고안해낸 창조적인 지도자이기도 하다.

해마다 벌어지는 ‘3월의 광란’ NCAA 토너먼트를 보게 되면 미국 농구의 저변과 감독들의 탁월한 지도력이 돋보인다. 올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플로리다주 동남부 해안 보카 레이턴에 소재한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이다. 1961년에 문을 연 퍼블릭 스쿨로 메이저 대학급은 아니다. 스포츠 NCAA는 C-USA(Conference USA) 소속이다. C-USA는 휴스턴의 명문 사립 라이스를 비롯해 남부에 있는 11개 대학이 소속돼 있다. 콘퍼런스로는 마이너다.

마이너 콘퍼런스에서 이변이 연출된 것. 9번 시드의 플로리다 애틀랜틱 유니버시티(FAU)은 26일(한국 시간) 3번 시드 캔자스 스테이트를 79-76으로 꺾고 개교이래 처음 파이널 포에 진출했다. 파이널 포는 7만 여명을 수용하는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4월2일에 벌어진다. NCAA 토너먼트는 파이널 포와 챔피언십을 6만 여명 이상 수용하는 NFL 스타디움 특설 코트에서 열리는 게 전통이다.

FAU의 NCAA 토너먼트 진출은 2002년과 올해 딱 두 번이다. 올해 FAU 돌풍을 일으키면서 파이널 포까지 진출시킨 감독이 46세의 더스티 메이다. 농구 명문 인디애나 대학을 졸업했지만 선수 출신은 아니다. 명장 보비 나이트 감독밑에서 학생 매니저를 지냈다. 졸업 후 비디오 분석과 선수들의 학사 일정을 담당했다. 2005년 이스턴 미시건 대학 코치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5개 대학에서 감독 보좌를 했다. 2018년 FAU 감독으로 승격되는 영광을 안았다.

감독 부임 첫 해 17승16패를 작성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정규시즌 31승3패를 기록하며 C-USA 챔피언에 오른 뒤 대학의 두 번째 NCAA 토너먼트 진출을 일궈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팀들을 잇달아 눌렀다. 멤피스 66-65, 1번 시드 퍼듀를 꺾은 페어리 디킨슨 78-70, 4번 시드 테네시 62-55, 3번 시드 캔자스 스테이트를 79-76으로 제치고 FAU를 전국구 팀으로 올려 놓았다.

파이널 포 진출은 메이 감독의 신분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당장 FAU는 메이와 장기계약으로 그를 붙잡아 두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FAU는 메이에게 고액 연봉을 주기 어렵다. 동문들의 지원이 활발한 대학이 아니다. 조건좋은 메이저 대학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마이너 대학의 설움이다.

역대 NCAA 토너먼트 사상 가장 낮은 시드팀의 우승은 1985년 8번 시드의 빌라노바 대학(필라델피아 소재)이다. 9번 시드의 FAU가 신데렐라 스토리의 끝판왕을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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