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기대했던 것의 120%로 뛰어주고 있다. 개막전부터는 100%로 줄일 것이다.”

그야말로 미친듯 뛴다. 주력에 관계 없이 출루만 하면 다음 베이스를 노리고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는다. 그 결과 11경기에서 2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당연히 이 부문 1위인데 실패도 13개로 많다.

사령탑은 실패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주루사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주자를 향해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 캠프부터 부단히 강조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몸에 배였음을 의미하는 신호다. 어느 팀보다 과감하게 뛰는 팀으로 변신한 LG 얘기다.

LG 염경엽 감독은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 시범경기에 앞서 압도적으로 많은 도루 숫자에 대해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기대했던 것의 120%로 뛰어주고 있다”며 “이정도로 잘 해줄 줄은 몰랐다. 덕분에 시범경기를 치르며 많은 것을 확인했다. 작전 2개 정도는 못해봤는데 이것만 빼고는 시범경기에서 확인할 것을 대부분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정규시즌에서는 어느정도 수정한다. 염 감독은 “지금은 120%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패하더라도 뛰어야 어느 부분이 부족했고 어느 부분을 고쳐야할지 선수들이 알 수 있다”며 “개막전부터는 20%를 줄여서 100%로 갈 것이다. 상대팀이 의식한 채 정규시즌에 들어가기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성공”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과거 히어로즈와 SK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주문했다. 한 베이스를 더 가서 2루가 아닌 3루에 주자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득점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무사 혹은 1사 3루에서 내야 땅볼 혹은 희생플라이로도 점수를 꾸준히 뽑는 팀을 진정한 강팀으로 정의내린다.

시범경기 기간 LG가 그렇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11번의 시범경기에서 56점을 뽑았다. 10구단 최다 득점인데 홈런 같은 장타에 의한 타점도 많지만 희생플라이와 내야 땅볼에서 나오는 타점도 많다.

염 감독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상대가 의식하면서 안 되는 부분을 수정하려고 할 것이다.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고치든, 포수가 송구를 고치든 할 것이다. 상대가 잘 수정해서 나오면 안 뛰면 된다. 반대로 수정하지 못하면 계속 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적으로 다리가 느린 팀은 아니다. 지난해 도루숫자도 102개로 이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했다. 박해민, 오지환, 홍창기, 서건창 등 두 자릿수 도루가 가능한 선수들이 많다. 요점은 다른 선수들이다. 다리가 느려도 틈을 놓치지 않으면서 상대를 흔든다. 변화구 구사를 제한시켜 볼배합만 단순하게 만들어도 타자가 한결 편해진다.

염 감독은 “번트 대고 밀어치는 게 팀플레이가 아니다. 동료들에게 편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타점을 올리게 해주는 게 팀플레이다. 캠프에서 이를 많이 강조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 이해하고 따라주고 있다. 이렇게 결과가 나오면 정말 변할 수 있다”며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LG의 체질개선에 만족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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