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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감독의 철학도 계약조건도 잘 알지 못한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아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7일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다음달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데뷔전은 다음달 24일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이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선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4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와는 상반된 기자회견이었다. 당시에는 김판곤 위원장(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이 타임 테이블부터 선임 기준까지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27일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모두가 동의했다고 했으나, 당일 회의를 소집해 사실상 결정을 통보하며 일부 위원들이 불참하기도 했다. 선임 전부터 ‘불통’이었다.
그리고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뮐러 위원장은 선임 과정과 이유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관심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 이유였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전혀 취재진과 여론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만 일단 한 셈이다. 아직 코칭스태프 구성도 진행된 것이 없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사단을 모두 데려왔다. 일각에서는 클린스만과 2022 카타르월드컵 TSG그룹을 함께한 차두리의 코치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수석코치 또는 한국인 코치 선임에 관해선 지금 확인 중이고 협상 중이다. 감독과도 이야기 해야 한다”라며 “지금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코칭스태프 구성과 관련해서는 목요일에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어떤 유형의 코치를 선임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선 논의했다”고 사실상 정해진 게 없다는 뉘앙스였다.
뿐만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거주를 놓고도 모른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계약 조건에 대해선 말씀 드리기 어렵다. 잘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5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감독의 철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임 감독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이른바 ‘빌드업’ 축구 철학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뮐러 위원장은 확답하지 않았다. 그는 “(클린스만이) 팀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특정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보다 한국적인 것을 겸비한 것이 필요하다.한 지도자의 스타일을 카피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며 “단순하면서도 쉽고 빠르게 득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부분은 공을 뺏겼을 때 수비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비로 전환 할 때 즉각적인 압박을 기대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향후 기자회견에서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국 축구 미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는 뮐러 위원장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이유다. 직접 질문지를 짜고 인터뷰를 진행한 위원장이 클린스만호의 철학과 방향성도 제대로 알지 못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자회견이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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