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
롯데 포수 유강남(가운데)이 22일 일본 이시가키섬 시영구장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 평가전에서 투수에게 공을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뒤에서 보면 사사키 로키 같다.”

롯데 윤성빈의 불펜투구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의 공통 의견이다. 프런트뿐만 아니라 코치진과 선수들도 “사사키!”라고 소리친다. 밸런스를 못찾았을 뿐, 구위만 놓고보면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퍼펙트 투수’ 사사키 로키(21)에 견줄 만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사사키는 지난해 4월10일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연소(20세5개월) 퍼펙트 투수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 차세대 메이저리거로 큰 관심을 받는 사사키는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에 승선해 쇼케이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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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투수 사사키 로키. 사진제공 | 교도통신

시속 160㎞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사사키는 2020년 롯데에 입단해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았다. 투구 밸런스가 실전에서 적용할 만큼 안정하지 않았다는 코치진의 판단으로 실전대신 교정에 시간을 투자했다.

2군에서 투구폼 교정에 열을 올린 사사키는 2021년 11경기에서 63.1이닝만 소화했지만, 3승2패 평균자책점 2.27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맞은 2022시즌, 최연소 퍼펙트게임 포함 17연속이닝 퍼펙트로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하더니 129.1이닝만 던지고도 9승4패 평균자책점 2.02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코치진의 방향성과 2군 스태프의 헌신, 인내가 특급 투수를 탄생시켰다. 지바 롯데는 사사키를 완성형 투수 반열에 올린 요시이 마사토 전 투수코치를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해 팀 재건 중책을 맡겼다.

윤성빈
부산 롯데의 ‘사사키’로 불리는 윤성빈이 일본 이시가키섬 시영구장에서 캐치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사사키와 지바 롯데에 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적어도 투수 육성 시스템만큼은 롯데 자이언츠가 배워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초고교급 투수로 원석에 가깝던 윤성빈이 입단 6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미완의 대기’로 남은 것은 부산 롯데의 육성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로 자이언츠의 화끈한 공격력과 한번 타오르면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잇는 문화는 말린스에 필요한 점이다. 상호보완할 공통분모가 꽤 많다는 의미다.

지바 롯데와 부산 롯데는 같은 구단주가 운영하는 형제구단이다. 인적, 물적교류가 다른 구단에 비해 자유롭다는 의미다. SSG는 정용진 구단주의 광폭행보를 등에 업고 개막 10연승을 질주한 랜더스는 이 기세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랜더스가 파죽지세로 리그를 장악하기 시작한 4월, 액션피치는 ‘구단주 찬스로 펄펄나는 SSG, 롯데 ‘형제 찬스’ 왜 못쓰나’라고 짚었다. 한일 양국의 시스템 교류로 ‘아시아인에 가장 적합한 육성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면, 아시아 스탠다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 더그아웃
롯데 외국인 타자 잭 렉스가 22일 일본 이시가키섬 시영구장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 평가전에서 더그아웃에 들어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10개월이 지난 올해 2월. 일본 지바와 한국 부산에 둥지를 튼 두 롯데가 7년 만에 한 곳에 모였다. 22일 첫 번째 평가전을 치렀고, 26일까지 같은 공간에서 훈련한다. 비록 지바롯데 2군이지만, 일주일간의 동행이 한·일 롯데가 한단계 도약하는 실마리가 되길 기원한다. KBO리그 코치진의 적극성과 NPB 코치진의 섬세함, 메이저리그에 조금 더 가까운 KBO리그 문화와 아시아인 특성을 100% 활용하는 NPB 문화를 잘 섞어 ‘범 롯데’만의 색깔을 만드는 과정으로 삼기를 바란다.

문화 콘텐츠는 이미 글로벌화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산업도 국경을 지운지 오래다. 프로야구가 더 큰 세계로 뻗어가려면, 자국 전통을 지키면서도 국경은 낮춰야 한다.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롯데가 스프링캠프 합방을 계기로 시즌 중에도 교류를 이어간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길고 넓게 보면 답이 있다. 그 과정에 우승 염원을 풀 열쇠도 들어있을 것으로 믿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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