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
롯데 정훈이 괌 데데도구장에서 타격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괌(미국)=장강훈기자] 선수 한 명 빠진 자리가 초격전지로 변했다. 롯데 1루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후텁지근 한 괌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령 괌 데데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롯데에 역대급 포지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평가전 체제로 전환하기 때문에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명단에 들기 위한 젊은 선수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나원탁 조세진 등 다섯 명은 17일 귀국해 김해 상동구장으로 합류한다.

최대 격전지는 어디일까.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16일 “모든 자리가 격전지다. 프리에이전트(FA)로 팀에 합류한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이 경쟁 중이라고 봐야 한다”며 웃었다. 서튼 감독은 “구단이 중장기 비전을 갖고 스카우트해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4번타자가 은퇴했지만, 새로운 4번타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야수와 투수 모두 새로운 주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승민
롯데 김주현이 괌 데데도구장에서 타격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훈련을 들여다보면 말그대로 ‘무한 경쟁 체제’다.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을 한조로 편성해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절친이어도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선수는 한 명 뿐이어서, 환한 미소 뒤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숨긴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흥식 수석코치는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훈련하고 있어 분위기가 정말 뜨겁다. 가진 게 많은 신인급 선수가 즐비해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박 수석코치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1루가 가장 경합 중”이라고 말했다. 이대호가 은퇴해 무주공산이 됐는데, 확실한 주인이 없다. 다른 말로는 ‘실력 검증에 따라 누구든 1루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준우
롯데 전준우가 16일 미국령 괌 데데도구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캐치볼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선두주자는 단연 정훈이다. 야무진 타격 솜씨에 나쁘지 않은 수비력으로 주전 1루수 후보 0순위로 꼽힌다. 강력한 경쟁자는 한동희다. 서튼 감독과 박 수석코치 모두 “한동희가 1루를 병행할 수 있으면 팀의 공수 짜임새가 업그레이드 된다”고 입을 모았다. 1루를 한동희가 맡으면 3루에 기동력이 좋은 내야수를 기용할 수 있다. 상대 투수나 구장 환경 등에 따라 맞춤형 라인업을 짤 수 있다는 의미다.

포화상태인 외야도 1루수 고민을 키운다. 외국인 타자 잭 렉스에 전준우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약진한 황성빈과 고승민이 외야 한자리를 노리는데 안권수, 김민석이라는 뉴페이스가 들어왔다. 호타준족으로 중심타선에 포진할 가능성이 있는 고승민도 외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자리에 경쟁자가 많으니 이들 중 한두 명은 1루수 미트를 껴야 할 수도 있다.

한동희
롯데 한동희가 미국령 괌 데데도구장에서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번갈아가며 지명타자로 나서야 하는 베테랑 전준우, 안치용 등도 잠재적 1루수 후보다. 1군 풀타임 야수 중 1루수 후보만 대여섯 명이라는 얘기다. 박 수석코치는 “공격력 극대화냐 수비 강화냐에 따라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다. 올해 여러모로 기대하는 부분이 크다”며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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