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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한국시리즈(KS)가 시작됐다. 올시즌 대미를 장식할 무대다. 가장 많은 스폿라이트가 쏟아진다. 화려한 축제가 끝나면 10개 구단은 휴식기를 가진다. 그리고 겨우내 연봉협상이 슬슬 마무리되면 새 시즌이 찾아온다. 시작은 스프링캠프다.
매년 캠프를 취재하며 훈련 일정 외에 재미있는 일도, 심각한 일도 여럿 있었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하와이 폭포수 아래로 뛰어든 삼성 배영수(현 롯데코치)를 직접 목격했고, 애리조나에선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술 먹고 사고친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의미로 기억나는 인물이 있다. 강인권(현 NC감독)이다.
두산 시절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티배팅을 하는 그의 눈에선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옆에 있던 내가 눈빛에 맞아 찌릿할 정도였다. 수 많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봤지만, 그처럼 집중하며 스윙하는 선수는 처음 봤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왜 수비형 포수일까?’라는 의문에 몇 마디를 던졌다. 당시 강인권은 주전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눈에 힘을 많이 주냐고 물었더니 그는 “제가 그래요?”라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긴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웃는 상이었다. 훈련할 때와 안할때가 이렇게 다르다니... 그 후에도 가끔 인터뷰 했지만, 그라운드 밖의 강인권은 눈웃음을 가진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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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 후 강인권은 코치를 하다 감독 대행만 3번 했다. KBO리그 대행 전문. 그만큼 긴박한 위기 상황을 믿고 맡길만한 인물이다. 그런데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오른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올해 강인권, 박진만 감독이 꼬리표를 뗐지만 전체 프로야구 역사를 보면 드문 사례다.
강 감독은 지도자 시절,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탓에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소통의 측면에서 ‘플러스’지만 리더십 측면에선 ‘마이너스’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레이저를 쏘던 그의 현역시절 부리부리한 눈을 떠올리면 그런 평가는 사맛디 아니하다.
NC 임선남 단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강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며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아 분위기를 수습해 5강 싸움을 했다. 리더십과 소통능력, 지속가능한 강팀의 적임자”라고 했다. 여기까진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설명이 강 감독의 본색을 잘 설명한다. 임 단장은 “(강 감독은)확실하고 단호하다. 선수의 태도가 적절치 않거나 태만하면 분명하게 지적한다. 짧고 강하게 전달한다. 화가 나면 어떤지 선수들도 잘 안다”라고 했다.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욕도 내가 먹겠다”이는 프로야구 감독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패하면 선수 탓을 한다. 그런데 강 감독은 책임회피가 없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면서 선수단의 신뢰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NC는 최근 부침이 심했다. 2019년 창단 첫 우승을 하며 집행검을 뽑았지만, 2020년 7위, 2021년 6위로 떨어졌다. NC는 내년시즌 도약을 겨냥하며 강인권 체제로 새출발한다.
이제는 대행이 아닌 정식 사령탑으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선명한 색채를 기대한다. 무색무취라는 평가는 ‘선수의 마음을 더 헤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대행이기 때문에 한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유의 리더십과 지도력으로 인정받은 강인권 감독은 3일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다. 본격 행보의 시작이다. 앞으로 벤치에서의 ‘레이저 눈빛’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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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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