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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K팝 팬덤은 바위를 뚫는 낙수, 혹은 태산을 이루는 티끌과 같다.

보이지 않는 티끌같아 하루아침에 쌓기는 어렵지만 미약한 개인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바위를 뚫는 거대한 힘을 이룬다. 지금 전 세계를 휘어잡는 K팝 팬덤 현상은 10대 소녀들이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투자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IT문화는 이런 팬덤현상에 기술력을 더하면서 팬덤문화를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일조했다. 과거 네이버 V라이브에서 출발, 하이브의 위버스, SM·JYP의 버블, 그리고 NC소프트의 유니버스 등은 ‘Z세대’ 팬들의 핵심 디지털 놀이터로 자리잡았다.

1세대 아이돌 팬들이 공중전화를 통해 사서함에 녹음된 스타의 음성을 들었다면 4세대 아이돌 팬들은 팬덤 커뮤니티에서 스타의 일상을 확인하고 팬들간 유대감을 공고히 한다. 팬들에게 커뮤니티는 일종의 ‘안식의 장소’인 셈이다.

이런 공간을 하루아침에 폭파해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최근 NC소프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가 더보이즈와 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면서 팬들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간 이들이 커뮤니티에서 쌓은 모든 기록과 추억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더보이즈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가 28일 팬카페에 올린 글에 따르면 IST측은 유니버스와 계약 만료 한달 전부터 재계약과 관련, NC소프트 측에 지속적인 문의를 해왔다.

그러나 NC소프트는 IST 측에 명확한 답변 및 별도 협의와 안내 없이 28일 오후 6시 자로 서비스 종료 공지를 선언했다. 종료일은 11월 4일. 유예기간은 단 1주일이다.

IST 측은 “유니버스 앱을 통해 안내된 더보이즈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종료 및 플래닛 이용 안내 공지는 당사와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진 공지이며 현재 상황 파악 중이다”라고 전했다.

유니버스는 NC소프트가 2021년 1월 야심차게 출범시킨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더보이즈 등 32개 아티스트의 팬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출시 10개월만에 다운로드 2000만건을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는 유니버스의 이같은 일방적 계약 해지가 K팬덤 문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성과 위주 IT기업의 만행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도 팬들을 위해 어느정도 유예기간을 줘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NC소프트가 유니버스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IT기업인 NC소프트가 K팝팬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산업에 뛰어들면서이를 이용한 애꿎은 팬들과 아티스트들만 난처해졌다”고 지적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IST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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