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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뛰고 싶은 마음, 은퇴 이후에도 그럴 것 같다.”
울산 현대 ‘리빙레전드’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호(38)는 웃으며 말했다.
플레잉코치인 이호는 23일 오후 3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최종 3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그라운드와 이별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부터 은퇴 의지를 갖고 있었다. 막상 은퇴 얘기를 하면 덤덤할 것으로 생각했다.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감정적으로 변화가 있다”며 “어찌됐든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서. 더군다나 우승 타이틀을 얻고 떠나게 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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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는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올해 2022시즌 17년 만에 K리그 별을 다는 데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03년 만 19세 나이에 울산에서 데뷔한 그는 2005년 팀이 K리그 두 번째 별을 달았을 때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로 살림꾼 구실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적을 옮기며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성남 일화와 알 아인(UAE), 오미야 아르디자(일본)를 거친 이호는 2011년 울산에 복귀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제외하고 2014년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리그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울산에서만 통산 161경기 5골 8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키 183cm, 몸무게 76kg인 이호는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거침없는 수비력으로 ‘철퇴 축구’로 불린 울산의 중심 구실을 했다.
홍 감독은 선수 은퇴 이후 2006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를 지낼 때 이호를 지근거리에서 지도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울산 새 수장으로 부임할 때 이호를 플레잉코치로 데려왔다. ‘원팀’을 내세우며 선수단과 코치진의 가교 구실을 맡겼다. 이호는 내심 선수로 뛰며 울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랐는데, 홍 감독은 그보다 코치로 역할을 더 주문했다. 이호는 수장의 뜻을 받아들였다.
원조 푸른 호랑이의 피가 흐르는 이호는 선수단의 맏형 역할은 물론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며 희생해왔다.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 울산이 기어코 우승 꿈을 이루는 데 조력자 노릇을 한 것이다. 그는 울산 소속으로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을 두 번 경험하게 됐다.
이호는 제주전에서 홍 감독의 배려로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는 이날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또 그의 은퇴식은 제주전 하프타임에 진행한다. 울산 구단은 이호를 울산의 레전드 월(문수경기장 각 게이트 별 기둥)에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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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호와 일문일답
- 은퇴 소감은?
지난해부터 은퇴 의지를 갖고 있었다. 막상 은퇴 얘기할 때 덤덤할 것으로 생각했다.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감정적으로 변화가 있다. 어찌됐든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내가 20년 전 시작한 곳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서. 더군다나 우승 타이틀을 얻고 떠나게 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다. 기분이 좋다.
- 가장 의미있었던 기억 세 가지는? 그리고 울산이라는 팀에 대해.
첫번째는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날이다. 그다음은 국가대표에 뽑힌 날이었다. 그리고 아마 지금 이 순간이 될 것 같다. 울산이라는 팀은 내게 이곳에서 시작했고 잠시 떠난 와중에도 항상 끈을 놓지 않았던 집 같은 존재다. 다시 돌아왔을 때도 환영해줬다.
- 울산에 복귀해서 선수가 아닌 코치 역할을 더 했는데.
뛰고 싶은 마음은 은퇴 이후에도 간혹 들 것 같다. 어찌됐든 내게 이곳에 왔을 때 감독이 원하는 구단이 원하는 역할이 있었다. 그것에 충실하자고 했다. 스태프의 일원으로 우승하는 것을 지켜본 것은 제2 인생을 시작하는 데도 아주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큰 경험이 됐다고 본다.
- 이 시기에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지난해에도 은퇴 결심했으나 마지막 상황(준우승)이 그런 말을 하기엔 여의찮았다. 올 초에는 우리 팀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마음을 굳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게 됐다. 이전에 말했듯 운이 좋은 거 같다.
- 앞으로 계획은?
지금도 더는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 스승 밑에서 배우고 있다. 그래서 난 감독처럼 되는 게 목표이고 꿈이다.
- 아내의 반응은?
아내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아는 것 같다.(웃음) 온전히 내 의견을 존중해줬다. 아내가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 떨어져서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내조해줬다. 이런 결심해을 때 내 편이 돼 줬다. 이 결정을 하는 데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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