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칼럼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스포츠서울] 최근 2주 가까이 이어진 폭우로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내 양평, 여주, 광주 등에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과 양평에서 주로 활동하는 필자 역시 조마조마한 날들이 이어졌다. 다행히 수도권은 어느 정도 잠잠해졌지만 재해 복구 중인 지역들을 보면서 주거의 안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아직 비 피해가 끝나지 않은 지역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살펴보겠다.

토지와 주택지는 비오는 날 혹은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봐야한다.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 분들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미리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폭우를 통해 더욱 중요해졌다. 도시 곳곳에 빗물에 취약한 지역이 드러났다. 가장 이슈가 됐던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이 전반적으로 배수처리에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양평처럼 산지가 많은 지역에선 더욱 극명하게 나뉘었다. 평지인 도로는 꺼져 있는 데 높게 쌓인 석축은 오히려 멀쩡한 공간들을 보면서 결국 자연배수와 자연적 기반 자체가 튼튼한 가에 대한 부분이 중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쌓아 놓은 것들이 튼튼해도 밑에서 꺼져버리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폭설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도로에 열선 설치 등을 통해 인위적인 힘으로 개선해 나가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자연 일조량이다. 여러 현장을 다녀 보면 폭설이 쏟아진 다음 날에도 눈이 다 녹아 있는 곳들이 있다. 반면 일주일이 지나도 녹지 않고 오히려 바닥이 얼어 통행이 쉽지 않은 곳이 있다. 따라서 조금 수고스럽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토지와 주택지를 보러 가는 것이 좋다. 개인의 입장에선 자연의 흐름이 어떤 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곳은 미리 체크해야 한다. 필자 현장에선 다행히 산사태 등의 큰 피해는 없었지만 몇 가지 작은 피해 중에 지하수 모터가 멈춘 일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비가 왔을 때는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한 번에 많은 폭우가 내리면서 인상한 맨홀 부분에서 비가 새어 나와 모터가 물에 잠긴 것이다. 만약 집을 막 완공했을 때 비가 적당히 내린 날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맨홀을 인상할 때 모터도 같이 인상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비교적 소액으로 공사가 가능한 것도 피해가 발생한 뒤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한 번에 완벽하긴 어렵다.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운다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처음 지어 본 집의 경우 비가 내렸을 때 천장에 물이 새고, 곰팡이 생기는 곳이 있어 시공사에 하자 보수를 부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새 집에 비가 새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미리 발견해 꼼꼼히 방수 작업을 해 놓아 장마 때도 걱정이 없었다. 따라서 공사 및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은 처음 완공된 후 적당한 눈·비가 왔을 때 집안 내외부를 미리 한 번 꼼꼼히 체크해보고 대비하도록 하자.

자연재해에 대한 행정의 취약점도 있다. 일례로 산지 개발 현장에서 한 개인 업자는 경사가 꽤 강한 곳이니 허가를 빨리 내주거나, 석축이라도 쌓을 수 있게 해주면 공사가 더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산사태 등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 담당자는 현장보다는 문서화된 경사도를 보고 판단했고, 오히려 산사태가 위험할 수 있으니 더욱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의 입장은 모두 이해가 된다. 하지만 현장을 보고 얘기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일부허가가 나서 공사를 진행하던 곳이었고, 경사도가 강한 부분을 꼭 허가를 내주지 않더라도 공사할 때 같이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으로 보였다. 이웃주민들도 공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산사태를 걱정해서 민원을 넣었던 곳이었다. 문제는 당시 인근 현장에 경사도가 더 센 구간이 있었지만 허가가 났다는 점이다. 현장의 안정성이나 행정 일관성보다 담당자에 따라 행정이 달라지는 것은 조금 아쉽다. 결국 그 현장은 일부 마감이 안 된 상태에서 불안한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됐다. 허가 자체는 좀 더 엄격해 지더라도 이런 산사태 등의 우려가 되는 부분들은 좀 더 현장 밀접한 행정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은 자산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주거로서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이번 폭우를 통해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또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나면 부족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된다. 앞으로는 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개인들도 정비적으로 더 잘 갖춰지기를 바란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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