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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기자]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더위 속에서도 돔 구장 속 야구는 계속된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1위 SSG 랜더스와 2위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지난 2일 열렸다. 총 6941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1위와 2위 간의 경기답게 내야석을 꽉 채운 응원 열기는 폭염도 폭우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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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부터 우천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고 있다. 그러나 돔 구장을 사용하는 돔구장 경기는 비가 와도 걱정없다. 오후 3시부터 홈팀인 키움 선수단이 몸을 풀더니 4시 30분엔 원정팀인 SSG 선수단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관중은 5시부터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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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던 0-0상황, 3회초 SSG 응원석이 들썩였다.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1번 타자 추신수가 좌익수 왼쪽으로 살짝 빠지는 1루타를 치더니 이어진 2번 타자 최지훈의 번트마저 성공하며 두 선수 모두 1, 2루에 진루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타석에 3번 타자 최정이 들어섰다. SSG 팬들이 “최정 홈런~”이라며 소리 높여 외쳤다. 최정이 타석에 서자마자 키움 선발 투수 정찬헌의 117㎞짜리 커브를 그대로 밀어쳤다. 돔 구장을 가로지르며 쭉 뻗어나간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 최정의 시즌 14호 홈런이자 120M 짜리 대형 3점포였다.
SSG 응원석에서 난리가 났다. 이어진 타석에서 4번 타자 전의산이 땅볼 아웃됐지만, 5번 타자 박성한이 상대 실책으로 행운의 출루를 한 데 이어 6번 한유섬이 우중간을 가르는 호쾌한 2루타를 쳤다.
마음이 급해진 탓일까 키움이 박성한의 주루를 막으려다 송구 실책을 저지르고 이에 박성한이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4-0. 키움 선발투수 정찬헌이 조기 강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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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질 수 없는 키움이다. 3회말 키움의 첫 타석에 들어선 8번 타자 김주형이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SSG 선발 투수 모리만도의 145㎞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1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9번 이용규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번 타자 김준완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1루타를 치며 1아웃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들어냈다. 2번 김휘집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2아웃 주자 1, 2루 상황,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3번 타자 이정후가 들어왔다.
키움 응원석에서 이정후의 응원가가 비장하게 울려퍼졌다. “제발 제발!” 키움 응원석에서 두 손을 움켜쥔 팬들이 여럿 보였다. 0볼 2스트라이크 상황, SSG 모리만도의 123㎞짜리 커브를 이정후가 밀어쳤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린 타구가 우익수 뒤쪽 펜스를 맞고 떨어지며 2루에 있던 김주형이 홈으로 들어왔다. “와~” 이번에는 키움 응원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모두 기립해 핑크색 응원봉을 마구 흔들며 이정후의 이름을 외쳤다.
이어진 타석에서 4번 타자 야시엘 푸이그마저 터졌다. 중견수 뒤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3루 주자 김준완과 2루 주자 이정후를 불러들이고 4-3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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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차로 따라잡히며 4, 5회 양팀 모두 득점을 내지 못하는 동안 SSG 응원석에서 한 관중이 눈에 띄었다.
“허허 내 취미예요 취미.”SSG 원정석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영준(65)씨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김 씨가 이날 1회초부터 매 타석마다 모든 구를 빠짐없이 적은 것은 ‘야구 기록지’다. 야구 기록지는 야구 경기의 진행 중에 발생하는 내용들의 결과를 기록할 수 있게끔 제작된 문서다. 주로 야구 담당 기자들이 경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날 인천에서 부인, 딸과 함께 SSG를 응원하기 위해 고척돔을 찾은 김 씨는 기록지 작성 이유로 “야구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다는 김 씨는 37년 간의 체육 교사 생활을 마치고 야구장을 종종 찾아 기록지를 적으며 묵묵히 SSG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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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척 스카이돔 키움 히어로즈 응원석에는 어린이 팬들이 다수 보였다. 방학 기간을 맞이해 부모님과 함께 집 앞 경기장을 찾아온 것이다.
일어서 두 팔을 열심히 흔들며 함께 온 어머니와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조 씨 형제(9살, 13살)는 키움 ‘타격기계’ 이정후의 팬이다. 이정후의 팬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조 씨 형제는 “(이정후를 좋아한지)두 달 됐다”며 “원래는 박병호를 좋아했었는데 KT 위즈로 가버려서 바꿨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 최연소·최소경기 1000안타를 기록한 이정후의 활약을 알고 있냐는 물음에 형제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응원단장의 구호에 맞춰 응원가를 열심히 열창한 두 형제 덕분일까 이날 이정후는 팀의 아쉬운 역전패에도 불구하고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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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와 키움의 응원석에서 벗어나 저 멀리 외야에 이색적인 모습이 보였다. 바로 SSG와 키움을 응원하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있다. 키움 이정후를 응원하는 이 모(27)씨와 SSG 김광현 팬인 윤 모(31)씨는 친구 사이다. 부천에서 올라온 이 씨와 인천에서 내려온 윤 씨는 외야석에 다정하게 앉아 맛있는 먹거리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5회말 키움의 이정후가 또 한번의 안타를 쳤다. ‘탕’하며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에 두 사람은 대화를 하다말고 “아악~”하면서 동시에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SSG 팬인 윤 씨 입장에선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고, 키움 팬인 이 씨 입장에선 환호성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날 9회에서 두 사람의 희비가 또 한번 교차했다. 1점 차로 뒤지고 있던 SSG가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기적의 대역전극을 펼쳤다. SSG가 9회초 3점을 내며 승부를 뒤집었고 이어진 9회말 키움이 득점을 내지 못하며 경기는 SSG의 7-5 승리로 종료됐다. 3일 고척에서 열릴 2번째 경기에서 키움이 SSG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SSG가 또다시 승리를 거두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까? 오늘도 돔구장이 달아오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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